정책금융기관과 금융공기업의 채용이 올해 상반기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다. 이들 기관은 높은 임금과 안정적 일자리로 취업준비생뿐만 아니라 이미 사기업에 취업을 했지만 다시 입사를 원하는 ‘중고신입’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취업의 기회 자체가 줄어들면서 올해 ‘신의 직장’을 향한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이달 중 상반기 신입직원(5급) 공개채용을 공고한다. 채용 규모는 15명 내외다.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면접, 신체검사 등을 거쳐 6월 최종 채용된다.
필기시험으로 NCS 직업기초능력평가 외에 회계 관련 기초지식을 보는 게 특징이다. 금융사의 건전성을 취급하는 예보의 업무 특성상 전 직원이 회계의 기본 원리를 알아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예보는 신입직원 공채시 모든 채용 직렬의 필기시험에 회계 관련 기초지식을 추가했다. 구체적으로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재고자산·비유동자산, 비유동부채를 이해하고 재무제표를 분석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수준의 문제라는 게 예보 측 설명이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도 이달 중 올해 상반기 신입 행원 공채를 공고할 예정이다. 구체적 채용일정과 인원은 아직 미정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50명을 채용한 바 있어 올해도 같은 수준으로 점쳐진다.
햇살론 상품 등을 공급하는 서민금융진흥원 또한 오는 24일까지 일반직, 상담직을 포함해 총 27명에 대한 채용 지원을 받는다. 서류심사, 필기전형, 면접전형을 거쳐 최종합격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필기시험에는 직업기초능력평가 외에 서금원 업무 등 직무역량평가가 포함돼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서금원 측은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동법 시행령, 서민금융진흥원 정관 등에 대한 문제가 필기시험에 공통적으로 나온다"며 “신규 채용인원의 절반 이상인 16명은 장애인, 보훈대상자, 지역인재 등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정규직과 별도로 인턴에 대한 채용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채용형 청년 인턴을 모집하는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대표적이다. 금융 일반 분야(경영·경제·법)와 건축, 전산 등의 직군이 주요 대상이다. 고졸을 대상으로 한 금융 일반 분야 인턴도 모집한다. 4월 필기시험, 5~6월 면접 등을 거쳐 6~7월 최종 선발된다. 고졸 인턴에는 NCS직업기초능력평가가, 대졸 인턴에는 지원하는 분야의 전문 지식이 필기시험으로 출제된다. 통상 채용형 청년 인턴의 90%가량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이미 청년 인턴에 대한 서류 접수를 마치고 남은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산은은 100명, 수은은 123명의 인턴을 채용할 계획이다. 산은은 은행 일반분야와 디지털 기술 분야로 나눠 모집하는 반면 수은은 일반 분야를 모집하고 있다. 두 은행 모두 최종 선발되면 본점뿐만 아니라 전국 각 지점에서 근무하게 된다. 산은은 서류심사와 인공지능(AI) 역량검사 등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수은은 서류전형과 NCS직업기초능력평가, 면접을 거쳐야 한다.
다만 산은과 수은 모두 인턴 기간이 종료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지는 않는다. 대신 인턴 중에 추후 신입 행원으로 지원할 경우 가산점을 제공한다. 수은 측은 “인턴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직원의 경우 서류전형을 면제해 주는 혜택도 제공한다”며 “단 인턴 기간 종료 후 2년 내 수은에 지원하는 경우 한번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신입 공채뿐만 아니라 인턴의 기회를 노려보는 것도 좋다고 입을 모은다. 자기소개서 등 서류에 금융권과 관련한 경험, 생각 등을 자세히 기술하는 것도 팁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때문에 AI 면접이나 화상 면접을 도입하는 곳들이 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사전에 다양한 상황을 염두해 두고 대처하는 법을 연습해야 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서류에서 금융이나 구체적인 직무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면 최종 합격 후 부서 배치에도 반영될 수 있어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