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증거금 역대 최대 규모인 64조원이 몰리며 올해 화려한 증시 입성을 예고한 SK바이오사이언스 효과에 국내 바이오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당장 다음달부터 메드팩토(235980), 에이비엘바이오(298380) 등 알짜 기업들이 임상 결과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제2의 SK바이오사이언스’를 찾으려는 투자 수요가 이들 기업에 집중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10일 세계 120여개국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참여하는 미국 암학회(AACR)에서 국내 기업들이 항암신약 연구 성과를 잇달아 발표한다. 올해로 114회를 맞은 미국 암학회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적 학술대회로 다음달 10일부터 닷새간 열린 뒤, 이후 5월 17일부터 21일까지 한 차례 더 진행된다.올해 행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진행되지만 학술 대회는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 연구개발이나 기술 이전 계약으로 이어지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어 관심이 높다.
우선 메드팩토는 자체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백토서팁’과 기존 췌장암 치료제 ‘오니바이드’의 병용요법 전임상 결과를 다음 달 암학회 행사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췌장암에 걸린 실험쥐를 대상으로 병용요법을 진행한 결과 단독 투여 대비 췌장암 세포의 전이가 줄고 생존율이 크게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
백토서팁은 암 성장을 촉진 시키는 ‘TGF-β’의 신호 전달을 억제하는 신약후보 물질이다. 회사는 이번 전임상 결과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희귀의약품지정(ODD) 신청을 위한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밖에도 희귀난치성 암질환으로 꼽히는 데스모이드종양에 대한 연구 성과와 유방암 치료제 후보물질 ‘BAG2’ 등에 대한 연구 성과도 발표할 예정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종양 항원과 면역세포를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항체 플랫폼(Gabody=T)의 전임상 결과를 발표한다. 일반적으로 병원균(항원)에는 하나의 항체가 작용하지만 이중항체는 1개 항체가 2개 이상의 세포에 영향을 미쳐 그만큼 치료 효과가 좋다. 주로 항암제에 많이 쓰이는 이중항체는 면역세포 활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암세포를 직접 공격함으로써 암세포를 보다 쉽게 없앨 수 있고 변이에 대한 대응도 뛰어나다.
파멥신(208340)은 면역항암 후보물질 'PMC-309'의 전임상 결과를 발표한다. PMC-309는 면역관문의 일종인 ‘비스타(VISTA)’에 붙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작동한다.
미국 암학회와 별개로 상반기 바이오 기업들의 각종 임상 결과 발표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2분기 중국 복성제약에 기술이전한 유방암 치료 후보물질 ‘HER2 ADC’의 임상 1a상 중간결과 공개를 앞두고 있다. 레고켐바이오의 ADC 임상 결과 발표는 처음이라 업계의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ADC는 바이오약물과 합성약물(Toxin)을 ‘링커’라는 연결 물질을 통해 결합한 새로운 신약 제조 방법이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해에만 4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ADC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국산 코로나19 백신의 결과 발표도 속속 진행된다. 국내 기업 중 임상 속도가 가장 빠른 제넥신(095700)은 ‘GX-19N'의 임상 1상 결과를 다음달 발표한다. 이는 변이 바이러스까지 대응가능한 백신으로 현재 임상 2a상을 진행 중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제학회 등에서 해외 주목할 만한 데이터가 발표된다면 관련주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며 “국내 바이오업계는 정부 지원, 인재육성, 투자 자금 증가 삼박자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주원 기자 joowonmai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