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가 8년 10개월 만에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상승기 무리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한 ‘영끌족’이 높은 금리에 이자를 갚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중·소형 아파트를 낙찰 받으려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은 90%대를 돌파했다.
9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51건으로 전월(261건)보다 약 34% 증가했다. 이는 2015년 6월(358건) 이후 8년 10개월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낙찰률은 45.3%로 전월보다 10.4%포인트 상승했다. 낙찰가율은 90.6%로 2022년 8월(93.7%) 이후 1년 8개월 만에 90%대를 돌파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고금리로 아파트 경매 물건이 증가하는 가운데 선호도가 높은 지역과 대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9억 원 이하 중·소형 아파트가 낙찰가율 상승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노원구 월계동 A아파트 전용면적 51㎡는 지난달 감정가(6억 7600만 원)에 근접한 6억 3371만 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94%다. 소유자는 2022년 1월 전세금 2억 5000만 원에 은행 대출 3억 7000만 원을 받아 총 6억 2000만 원의 재원을 마련하고, 자기자본을 더해 총 8억 6000만 원에 아파트를 구매했다. 그러나 이자를 갚지 못해 채권자인 은행으로부터 경매신청이 진행됐다. 현재 해당 아파트 동일 평형대의 호가는 6억 5000만~7억 원 대다.
전국 단위의 경매 건수도 늘었다. 지난 달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144건으로 전월(2663건)대비 약 18% 증가했다.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가 3000건을 넘어선 건 2020년 11월(3593건)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낙찰률은 40.6%로 전월보다 5.3%포인트 상승했다. 낙찰가율도 1.0%포인트 오른 86.1%로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경기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650건으로 전월보다 12.7% 증가했다. 낙찰률은 47.4%로 전월보다 3.9%포인트 상승했고, 같은 기간 낙찰가율도 87.3%에서 87.7%로 올랐다. 인천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17건으로 전월 보다 30.7% 뛰었다. 다만 낙찰가율은 전월 보다 3.5%포인트 하락한 79.3%에 그쳤다. 인천 미추홀구 내 다수의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가 저가에 낙찰된 여파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