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폭스바겐, 각형 쓰면 中반사이익..."어제 고객이 경쟁사 될판" [심층분석]

■폭스바겐發 K배터리 충격

폭스바겐 "2023년부터 단계 적용"

각형 생산 CATL만 수혜 기대 속

파우치형 위주 LG엔솔·SK 타격

글로벌 배터리업계 판도변화 예고

토마스 슈말 폭스바겐그룹 기술 부문 이사가 15일(현지 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개최한 '파워 데이' 행사에서 자사 전기차에 적용될 '통합 셀(Unified Cells)'을 설명하며 80% 가량을 각형 배터리, 20%는 파우치와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 유튜브 캡처토마스 슈말 폭스바겐그룹 기술 부문 이사가 15일(현지 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개최한 '파워 데이' 행사에서 자사 전기차에 적용될 '통합 셀(Unified Cells)'을 설명하며 80% 가량을 각형 배터리, 20%는 파우치와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 유튜브 캡처




15일(현지 시간) 글로벌 전기차 2위 폭스바겐그룹이 개최한 ‘파워 데이’ 행사에 국내 배터리 업계는 허를 찔린 듯한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파우치형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아온 폭스바겐이 오는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각형 배터리를 적용하겠다고 전격 선언했기 때문이다. 각형 배터리는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이 주력으로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테슬라 다음으로 많은 전기차를 판매한 폭스바겐의 전략은 글로벌 배터리 업계 판도에 일대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폭스바겐이 발표한 배터리 전략은 “오는 2023년부터 통합 셀(Unified Cells) 양산을 시작해 2030년까지 80%를 주력 차종에 적용하며 통합 셀에는 각형 배터리를 기본으로 하고 나머지 20%는 기존 파우치와 원통 배터리를 활용하겠다”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EV 세일즈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지난해 전기차(PHEV·EV) 시장에서 테슬라(16%)에 이은 2위(13%) 업체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유럽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을 60%까지 높이겠다며 이에 따른 배터리 수요는 240기가와트시(GWh) 규모라고 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전 세계 배터리 생산능력 120GWh의 두 배 수준이다. 폭스바겐은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4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공장 6개를 유럽에 확보하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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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 CATL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4%로 1위다. LG에너지솔루션(23.5%)과 파나소닉(18.5%)이 그 다음이다. 중국 CATL은 폭스바겐이 통합 셀에 적용하겠다고 밝힌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한다. 전 세계 2위 전기차 업체인 폭스바겐의 중국 배터리 업체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점유율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폭스바겐이 스웨덴 배터리 업체인 노스볼트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당장 국내 업체들에는 CATL의 질주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폭스바겐그룹 전체 매출의 39%가량이 중국에서 발생한다”면서 “중국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두고 현지 배터리 업체들이 채택하고 있는 각형 배터리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배터리 종류는 그 형태에 따라 각형·원형·파우치형으로 분류된다. 각형은 알루미늄 캔 모양으로 주로 착탈식 휴대폰 배터리로 쓰였다. 파우치형은 라면 봉지 같은 연성 껍데기에 부품이 들어가 있어 형태와 용량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전체 전기차 배터리 유형의 49.2%(탑재량 기준, SNE리서치)를 각형이 차지하고 있다. 파우치(27.8%)와 원통형(23%)은 그 다음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폭스바겐 내 국내 배터리 업체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5~7% 급락했다.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놓고도 폭스바겐은 미국 스타트업 퀀텀스케이프를 거론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퀀텀스케이프는 빌 게이츠와 폭스바겐이 직접 투자한 업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터리 업계 판도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며 “소재 확보와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뒤처지는 순간 도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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