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종합화학이 세계적 에너지·발전 기업인 이탈리아 안살도 에네르기아의 수소 기술 관련 자회사 두 곳을 인수한다.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수소 생태계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연달아 인수합병(M&A)하며 수소 에너지 분야 역량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22일 안살도 에네르기아의 자회사인 미국 PSM과 네덜란드 ATH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 계약은 지난 19일 체결했고 오는 6월까지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거래 가격은 공개하지 않기로 양사가 합의했다. 안살도 에네르기아는 1853년 설립된 이탈리아 에너지·발전 기업으로 미국 GE,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과 함께 세계 4대 발전설비 회사로 꼽힌다. 한화가 인수하는 PSM과 ATH는 발전 핵심 설비인 가스터빈의 수명과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한화가 주목한 것은 이들 두 회사가 보유한 수소 혼소(混燒) 기술이다. 혼소 발전은 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를 함께 연소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기존 LNG 발전 대비 이산화탄소 발생을 30% 이상 줄일 수 있고 질소산화물 배출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국내에서도 개발이 시도됐지만 아직 상업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한화 품에 안기는 PSM과 ATH는 미국과 유럽에서 수소 혼소 기술을 이미 상용화했다. 한화는 LNG 발전소 내 노후화된 가스터빈을 혼소 발전이 가능하도록 개조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흥권 한화종합화학 대표는 “수입에 의존하던 가스터빈 기술과 함께 탄소와 질소산화물(NOx)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소 혼소 기술까지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앞서 2030년까지 수소 사업에만 1조 3,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말 미국 수소 탱크 업체인 시마론을 인수했고 이전에는 미국 에너지 소프트웨어 업체인 그로윙에너지랩스(GELI)를 사들였다. 최근에는 수소기술연구센터를 신설하고 미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LANL) 출신의 수전해 분야 전문가를 센터장에 앉혔다. 한화 관계자는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수소 산업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