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간부가 정치인과 민간인 등을 불법 사찰한 혐의를 직권남용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대법원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모 전 국정원 방첩국장에게 징역 7개월에 자격정지 7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임 당시인 지난 2011년 전후로 대북 관련 공작을 수행하는 방첩국 산하에 ‘포청천’이라는 이름으로 공작팀을 꾸렸다. 포청천팀은 야권과 진보 인사 등을 상대로 미행을 하거나 악성코드로 PC를 해킹해 e메일 자료 등을 빼내는 방식으로 불법 사찰한 혐의를 받는다.
김 씨 측은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민간인 사찰은 국정원 직무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직권남용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외형상 자신의 업무 범위에 속하는 일을 다른 의도로 지시할 때 성립한다고 본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국정원법에 규정된 고유 직무인 ‘국외 정보와 국내 보안 정보의 수집·작성·배포’ 등의 업무를 수행할 권한이 있다”며 국내 보안 정보와 관련이 없는 민간인들의 정보를 수집하라고 지시한 행위는 직권남용이라고 판단했다. 2심은 김 씨에게 징역 7개월, 자격정지 7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서 직권남용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