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구마사’가 엑소시즘 판타지 사극의 강렬한 서막을 열었다.
22일 첫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극본 박계옥 / 연출 신경수)는 시작부터 강렬하게 휘몰아쳤다. 태종(감우성)에 의해 봉인 당했던 서역 악령이 깨어나 조선을 잠식해 나가는 과정은 뼛속까지 스미는 공포를 자아냈다.
방송은 피로 물든 함주성 전투로 시작됐다. 악령에게 영혼을 지배당한 생시의 출몰로 조선은 혼란에 휩싸였다. 함주성에 당도한 태종은 악령의 수괴를 봉인하기 위해 목숨 건 혈투를 벌였다. “목숨을 내어주고 조선을 지킨다”는 그의 비장한 외침과 함께 시작된 전쟁은 치열하고도 참혹했다. 힘겨운 전투 끝에 생시들을 섬멸한 태종. 가까스로 살아남은 백성들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환호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태종의 눈앞에 죽은 아버지 이성계(김뢰하)의 환영이 나타난 것. 태종은 백성들 사이에 선 아버지의 환영에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다. “방원아, 네 동생 방석이의 피다”라는 속삭임은 잠재된 죄의식을 일깨웠다. 태종은 무언가에 홀린 듯 백성들을 베고 또 베어냈다. 정신을 차렸을 때 함주성은 이미 피로 가득했다. 그리고 태종은 이 모든 참화를 함주성에 깊이 묻었다.
그날의 전투 이후, 안정을 찾아가던 조선에 기이한 존재가 다시 출몰했다. 매사냥에 나섰던 강녕대군(문우진)이 생시의 습격을 받으며 비극이 시작된 것. 강녕대군은 태종이 쏜 은화살 덕에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손등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이를 발견한 태종은 단호히 그를 참하고자 했다. 눈앞에서 아들을 잃을 순 없었던 원명왕후(서영희)는 태종과 대립했다. 이에 태종은 충녕대군(장동윤)이 서역에서 온 구마사제를 데리고 돌아올 때까지 말미를 주겠노라며 칼을 거두었다. 변고가 생겼다는 소식에 급히 환궁한 양녕대군(박성훈)은 태종의 분노와 마주했다. 태종은 제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앙녕대군을 질책했고, 그는 자신을 못마땅해 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화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의주로 향한 충녕대군은 요한(달시 파켓) 신부를 통해 괴력난신의 정체를 알게 됐다. 인간에게 씌인 잡귀만 떼어내면 그들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악령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조선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생시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충녕대군을 구해준 사당패. 현상금을 노리는 인간 사냥꾼인 이들은 충녕대군을 자신들이 쫓는 공양왕의 서자 왕유(김법래)로 오해했다. 위험천만한 곳에 충녕대군을 보낼 리 만무하다고 생각하는 사당패에게 그는 “내가 셋째라서 온 것이다. 왕세자 저하께서 무사히 보위를 이어받으실 수 있게 쓰여지고 버려지는 자라서 이곳에 온 것”이라며 처지를 털어놨다.
사당패가 떠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호위무사를 구마하던 요한은 그가 악령 ‘아자젤’의 조종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서역의 악령이 조선에 나타나게 된 연유를 묻는 충녕대군에게 “당신의 조부와 당신의 아버지인 이 나라 왕이 더 잘 알겠지요”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그 시각 양녕대군이 지키고 있던 숙청문 역시 생시의 습격을 당했다. 몰살당한 사람들 사이 충격에 휩싸인 앙녕대군의 얼굴은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 조선을 지배하려는 악령이 곳곳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태종에 의해 철저히 봉인됐던 아자젤을 깨운 것은 무엇인지, 탐욕으로 들끓는 조선을 어떻게 잠식해 나갈지, 악령들에 맞선 인간들의 핏빛 사투에 이목이 집중된다.
한편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 2회는 23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임수빈 인턴기자 imsou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