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023530)이 온라인 중고거래 업체 '중고나라'에 투자한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고품 거래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 강력한 온라인 플랫폼 확보가 유통가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만큼 사업 시너지를 타진해보겠다는 취지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중고나라 지분 95%를 인수하는 유진자산운용과 NH프라이빗에쿼티(PE)·오퍼스PE가 조성하는 사모펀드에 약 200억 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중고나라의 사업성을 판단하고 시너지가 있는지를 살필 전망이다.
인수 조건에는 다른 주주 지분에 대한 콜옵션(매수청구권)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쇼핑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언제든 중고나라의 최대 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중고나라 투자사 관계자는 “실제로 롯데쇼핑이 인수할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이 중고나라에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최근 중고거래 시장 확대와 맞물려 강력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급성장하는 모습이다. 지난 2008년 4조 원대에 불과했던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0조 원으로 다섯 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지난 2003년 네이버 카페로 출발한 중고나라는 현재 회원 2,300만 여명과 월 사용자(MAU) 1,220만 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중고거래 커뮤니티다. 지난해 매출은 역대 최대 규모인 5조 원을 돌파했다.
롯데쇼핑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저성장 시대에 가성비를 중시하거나 아예 고가의 명품을 선호하는 소비 양극화에 따라 중고 시장 규모는 향후 1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인수 참여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에 롯데쇼핑은 이번 투자를 통해 다양한 시너지를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이 보유한 오프라인 유통 매장 및 물류 역량과 결합하면 무궁무진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 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미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제판매) 거래 플랫폼 '아웃오브스탁'과 손잡고 만든 국내 첫 오프라인 '스니커즈 리셀(재판매) 거래소'를 여는 등 중고 거래 시장에 발을 들인 바 있다.
다만 실제로 시너지를 낼지는 미지수다. 중고거래 시장 특성상 상품 검수가 어렵고 사기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롯데라는 대기업이 참여해 운영할 경우 이미지 악화 우려도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간접 투자 형식으로 투자에 참여한 것이란 분석이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