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화석 연료인 가스를 부분적으로 ‘녹색 에너지원’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U 회원국 다수가 탄소중립 달성에 가스, 원자력 등 발전원이 필수적이라며 강경하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7월 탄소 국경세 도입을 예고한 EU 내에서도 ‘현실은 냉정하다’는 신중론이 확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U는 오는 2050년까지 ‘세계 최초의 탄소 중립국’이 되겠다고 선언한 바 있으며, 10년 뒤인 2030년에는 탄소 배출량을 현재의 55% 가량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 매체가 확보한 규정 초안을 인용, EU 집행위원회가 현재 마련 중인 그린 라벨링 체계(green labelling system) 상에 가스를 ‘부분적으로 지속 가능한 기술(partially sustainable technology)’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당초 EU 집행위는 올해 초 작성한 규정 초안에서 가스, 원자력을 지속 가능한 기술로 분류하지 않았지만, 이에 대한 회원국들의 반발이 컸다. 현재 EU 회원국 대부분은 가스와 원자력을 탄소중립으로 이행하는 ‘브릿지 연료’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FT는 전했다.
이에 따라 EU 규정 초안은 부록에서 ‘탄소 배출이 더 많은 기존 발전원을 대체하고, 해당 발전원의 탄소 배출량을 킬로와트(㎾) 당 최소 50% 감축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가스와 다른 액화 화석 연료 사용을 인정하고 있다.
FT는 그린 라벨링이 최근 금융 산업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지속 가능한 금융’의 투자 지표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EU 집행위는 해당 규정을 이르면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환경 단체는 이 같은 움직임이 금융 투자를 늘리기 위한 ‘그린 워싱’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탄소중립에 나선 EU가 화석 연료인 가스를 지속 가능한 연료로 인정하는 것은 ‘녹색 사각 지대’를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