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첫회부터 역사왜곡과 중국풍 소품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협찬사와 광고주들이 잇따라 광고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24일 현재 호관원, 주식회사 반올림식품, 에이스침대, LG생활건강, 코지마 안마의자, 뉴온, 하이트진로, 바디프렌드, CJ제일제당, KT, 금성침대, 블랙야크 등 다수 업체들은 '조선구마사' 광고 편성 중단을 결정했다. 아직 광고를 중단하지 않은 업체에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코지마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관련 이슈를 인지한 후 즉시 광고 철회를 요청했으나 방송사 측의 사정으로 부득이 22일자 광고가 송출됐다”며 “해당 드라마 내용과 코지마는 어떠한 관계도 없으며, 신중한 자세로 제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에이스침대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단순 광고 편성으로 해당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린다”며 “조속히 광고 중단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제작 지원에 나섰던 경북 문경시와 전남 나주시도 불똥이 튀었다. 시청자들은 국민 세금으로 역사 왜곡 논란이 있는 드라마를 지원할 수 없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나주시는 논란이 불거진 후 관내 나주시영상테마파크 사용과 관련해 체결했던 제작지원 계약을 철회했다. 문경시 역시 “상황을 엄중히 보고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인센티브를 지원한 문화관광재단은 “지원금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조선구마사'는 조선 태종 시대 배경으로 한국형 크리쳐 사극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2일 첫 방송에서 태종이 무고한 백성을 잔혹하게 학살했다는 내용을 담아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렸다. 기방의 한 장면에서 중국식 만두를 비롯해 중국 술, 중국 간식 월병, 피단(오리알을 삭힌 중국 음식)이 놓여져있는 부분이 문제가 됐다. 조선시대가 배경임에도 건물, 음식, 식탁모양 등 중국풍을 사용했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커지자 ‘조선구마사’ 제작진은 "명나라 국경과 가까운 지역이라 '중국인 왕래가 잦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을 가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변방의 인물들의 위치를 설명하기 위한 설정으로 특별한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예민한 시기 오해 될 수 있는 장면으로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한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미 중국 네티즌들은 웨이보를 통해 ‘당시 한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드라마 장면을 옹호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서 교수는 "최근 중국이 복, 김치, 판소리 등을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新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며 "제작진 역시 입장문에서 '예민한 시기'라고 언급했듯이, 이러한 시기에는 더 조심했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한국 드라마는 글로벌화되어 정말로 많은 세계인들이 시청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훌륭한 문화와 역사를 알리기도 시간이 모자란데, 왜곡된 역사를 해외 시청자들에게 보여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림 기자 forest0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