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가 백지화 수순을 밟고 있다.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신한울 3·4호기 중단으로 인한 회계상 손실 반영을 늘리고 있다.신한울 3·4호기는 다음 정권에서 정책 기조를 바꿔 건설을 재개하지 않으면 사업자의 손실을 보전하는 데만 수천억 원의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24일 한수원의 올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기에 투입한 비용 1,347억 원을 회계상 손실로 처리했다. 한수원은 2018년 반기보고서에서 신한울 3·4호기에 들어갔던 비용을 처음 손실로 반영했는데 당시(1,291억 원)보다 손실 규모를 늘려 잡았다. 한수원 측은 “신한울 3·4호기는 당사 이사회의 건설 중단 결정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정부 권고안에 따라 중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해 회계상 손실을 쌓고 있다”고 밝혔다.
한수원이 손실 비용을 쌓는 것은 신한울 3·4호기의 허가권을 쥔 산업통상자원부가 착공이나 철회 결정을 내리지 않은 채 시간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발전소 착공을 위해서 사업자인 한수원은 공사 계획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산업부는 공사 계획 인가를 얻는 데 필요한 기간은 연장해주면서도 정작 인가 자체는 내주지 않고 있다.
사업 자체가 불투명한 터라 한수원은 일단 정부가 투입 비용을 보상하는 방안을 마련하면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정부 보상의 근거가 될 ‘에너지 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이 내년쯤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장 신한울 3·4호기가 백지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기 정부가 탈원전 기조를 수정할 경우 사업 재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편 한수원은 내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울산시 울주군에 건설 중인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5·6호기의 준공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신고리 5호기의 준공 일정은 당초 오는 2023년 3월 31일에서 2024년 3월 31일로, 6호기는 2024년 6월 30일에서 2025년 3월 31일로 각각 연장했다. 1월 말 기준 종합 공정률은 64.7%다. 한수원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 따라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정은 일정을 현실화하고, 사고 가능성이 높은 야간작업을 지양해 중대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일정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공정이 늘어남에 따라 추가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투입된 사업비는 5조 3,000억 원이다. 과거 신한울 1·2호기의 공사 연장 사례를 고려하면 350억 원 이상이 더 들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