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현대카드가 국내에서 처음 시작했던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가 6년 만에 카드 업계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 한 사람당 4장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을 정도로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PLCC는 고객을 빼앗아 올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또 이종 기업과 데이터 융합을 통해 맞춤형 마케팅에도 활용할 수 있다.
28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현대·국민·우리·롯데·하나 등 7개 전업 카드사 중 우리카드를 제외한 6곳이 모두 PLCC를 출시했다. PLCC는 특정 기업의 브랜드를 신용카드에 넣고 해당 기업에 집중된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용카드다. 제휴 카드와 달리 카드사와 기업이 비용과 수익을 공유하는 형태로 운용된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현대카드다. 2015년 이마트를 시작으로 현재 △쏘카 △배달의 민족 △스타벅스 △대한항공 △기아차 △GS칼텍스 △SSG.COM △코스트코 △현대차 △이베이 스마일카드 등 총 11곳과 손을 잡았다. 이 중 가장 발급 매수가 높은 것은 이베이 스마일카드로 지난해 말 현재 발급 장수가 100만 장을 넘었다.
금융사의 경쟁자로 떠오른 빅테크와 손을 잡는 경우도 늘고 있다. 현대카드는 하반기 중 네이버페이 PLCC를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카드 역시 최초의 PLCC를 카카오페이와 오는 5월에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이외에 신한카드는 11번가 PLCC를 내놓았고 향후 메리어트와도 손잡을 예정이다. 국민카드는 커피빈, 롯데카드는 뱅크샐러드, 하나카드는 토스 등과 PLCC를 출시했다.
카드사들이 PLCC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경제활동인구 1명당 신용카드 보유 수가 3.9장(2019년 기준)으로 세계 최상위권”이라며 “신용카드를 안 갖고 있는 사람을 공략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시장이다 보니 PLCC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령 ‘스타벅스 현대카드’는 발급받은 후 이 카드로 스타벅스뿐 아니라 어디서든 결제하면 3만 원당 스타벅스 별을 1개 적립(12개 적립 시 무료 음료 쿠폰)해준다. 평소 스타벅스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이 카드를 발급받는 것이 경제적이다. 결국 다른 카드 대신 이 카드를 주로 이용하게 돼 카드사는 새로운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PLCC를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주된 이유다. 카드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카드사는 고객이 어디서 언제 얼마의 돈을 썼는지 등의 금융 데이터만 알 수 있지만 PLCC를 하면 해당 기업을 통해 고객의 비금융 데이터도 확보해 융합할 수도 있다”며 “이를 통해 고객에게 보다 정교한 맞춤형 마케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가 갖고 있는 데이터만 활용해 광고하는 것보다 다양한 데이터를 결합하면 더욱 정밀한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8월부터 마이데이터(본인 신용정보관리업)가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결국 다양한 데이터를 많이 축적한 곳이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는 것도 카드사가 PLCC에 집중하는 이유다. 특히 PLCC 회사가 많은 카드사일수록 다방면의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이외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계속 내려가고 빅테크의 결제업 진출이 가속화하자 새 수익원을 창출하려는 목적도 있다. 카드사들은 올해 금융 당국과 가맹점 수수료를 재산정할 예정이며 2019년 1월 내려간 수수료가 이번에 추가로 인하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다음 달부터 30만 원까지 후불 결제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