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신재원 현대차 UAM 사업부 사장 "물류·여객용 UAM 동시 개발…제트엔진급 항공혁명 준비"

[서경이 만난 사람]

대담 김능현 차장 nhkimchn@sedaily.com

    리튬UAM 단점 보완해 2028년 완전 전동화 모델 출시

    제조서 정비까지 '산업 생태계 구축 역량' 충분하지만

    항법·이착륙장·데이터공유 등 규제 완화는 수반돼야

지난 17이 서울 시그니엘에서 신재원 현대차 UAM 사업부장(사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 사장은 “제트 엔진에 비견될 만한 UAM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며 “수소연료전지로 구동하는 UAM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지난 17이 서울 시그니엘에서 신재원 현대차 UAM 사업부장(사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 사장은 “제트 엔진에 비견될 만한 UAM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며 “수소연료전지로 구동하는 UAM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지난 1950년대에 등장한 제트엔진은 항공 업계의 판도를 획기적으로 바꾼 혁명적 기술이었습니다. 그 당시로는 놀라운 게임 체인저였죠. 현대자동차그룹이 내놓을 수소연료전지 기반 도심항공모빌리티(UAM)는 이동 산업 전체를 질적으로 바꿔놓을 것입니다.”



제트엔진은 미지의 곳으로 떠나고자 하는 인류의 욕망을 단숨에 해소했다. 초음속을 뚫은 여객기들은 6개 대륙을 1일 생활권으로 묶었고 세계화라는 말이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인류의 삶을 한 단계 진화시킨 이른바 모빌리티(이동 편의) 혁신이었다.

21세기 현대차그룹은 이와 견줄 수 있는 모빌리티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UAM을 활용한 도시 간 또는 도시 내 이동의 질적 변화다. UAM은 이동의 혁신을 주도할 미래 기술로 수년 전부터 주목돼왔다. 도심 내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고 헬리콥터와 달리 소음이 적은데다 대량생산으로 비용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UAM 혁신을 진두지휘하는 신재원 UAM사업부장(사장)을 17일 롯데 시그니엘에서 만나 이동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들어봤다.

신 사장은 “제트 엔진에 비견될 만한 UAM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며 “오는 2028년 수소연료전지로 구동하는 UAM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부분의 UAM은 리튬이온 배터리로 움직인다. 하지만 배터리만으로는 비행 거리가 짧고 충전 시간이 길다. 가동률이 떨어져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이 한계를 뛰어넘을 모빌리티 혁명의 불씨로 수소연료전지를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일찌감치 수소차 개발에 뛰어든 덕분에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추진 시스템은 에너지 밀도(density)가 높아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시스템에 비하면 한번 충전으로 비행할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고 충전 횟수도 줄어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에어버스·보잉 같은 항공기 제조 업체들이 수소연료전지로의 전환을 계획하는 것도 이런 이점 때문입니다. 물론 여객기 크기의 비행체를 움직일 수소전지 기술은 아직 먼 훗날의 얘기이지만 UAM 정도의 기체는 도전해볼 만합니다.”

왜 하늘길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신 사장은 “도시인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라고 했다. 유엔에 따르면 2050년께 전 세계 인구 70%가 대도시에서 거주할 정도로 인구 과밀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스로 생각해서 달리는 자율주행차와 공유 경제가 교통 체증을 일부 완화할 수 있겠지만 도로만으로는 인간의 본성인 이동의 욕구를 충족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신 사장의 설명이다.

“아직 도심 교통은 도로에 한정돼 있습니다. 헬리콥터라는 항공교통 수단이 있지만 소음이 워낙 강해 규제가 심하고 가격도 비쌉니다. 상업성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전기 모터와 2차전지·자율주행 기술이 새로 등장했습니다. 기술이 지렛대 역할을 하며 도심에서 쓸 수 있는 UAM이라는 새로운 기체를 만들 가능성이 생긴 것이지요. 기술적 발전과 사회적 요구가 어우러진 결과물입니다.” 도로라는 2차원 공간에 갇힌 이동의 기술이 UAM 도입과 함께 3차원 공간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얘기다.

현대차그룹은 물류용과 여객용 UAM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과 한국 본부를 따로 설립한 뒤 각각 여객용 기체와 물류용 기체를 개발하고 있다. 상용화를 위한 타임테이블은 이미 나와 있다. 2026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화물용 무인항공시스템(UAS)을 선보인 뒤 2028년 완전 전동화된 유인 수소 UAM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미래 모빌리티 환승 거점 ‘UAM 허브’를 이용해 승객을 실어 나른다는 구상이다. 도심에서 인근 공항까지 여객을 수송하는 서비스부터 구체화해갈 계획이다. 이후 2030년대에는 미국 대도시를 서로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신 사장은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UAM을 비롯해 인접 도시를 서로 연결하는 지역 항공 UAM 등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며 “공공 부문에서는 구조, 환자 이송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심 UAM이 상업화되려면 기체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고 규제도 해소돼야 한다. 수직으로 UAM이 뜨고 내릴 수 있는 이착륙장(버티포트) 구축부터 새로운 안전기준, 항법까지 고려한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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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사장은 이 가운데 ‘새로운 항법’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전 세계에서 2만 6,000여 대가 운행 중인 여객기 산업은 중앙집권 시스템으로 관리가 가능하지만 UAM은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수백 대가 동시다발적으로 날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분산형 관리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7~8년 전부터 개발 중인 무인기(드론) 교통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한 교통 관리 시스템이 UAM 항법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신 사장은 “UAM을 운항할 회사들과 유관 업체들의 보험 관련 논의도 중요해질 것”이라며 “많은 나라가 하늘길을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규제를 어떻게 풀지도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사실 UAM 개발에서 후발 주자다. 그러나 늦게 출발했다고 해서 장거리 레이스에서 뒤지는 것은 아니다. 신 사장은 “자동차 생산의 전 과정을 내재화한 현대차그룹의 종합적인 역량을 봤을 때 UAM 생태계 구축에 상당히 유리한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보다 앞서 뛰어든 선두 주자들은 몇몇 있습니다. 미국의 조비와 독일의 릴리움 등의 회사가 기체 개발에서 앞서고 있죠. 그러나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생태계 구축을 선도할 조직적 능력이나 제조 역량도 봐야 합니다. 공장만 차리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품질과 원가 절감, 대량 생산능력 등은 경험과 기술이 축적돼야만 가능합니다. 출발이 빨랐던 기업들은 있지만 UAM은 아직 기득권자가 없는 열린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신 사장은 “현대차그룹은 UAM 인프라부터 기체 제조까지 생태계 구축에 필요한 잠재 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무엇보다 계열사들의 개별 역량이 훌륭합니다. 전기 모터, 인버터 등 핵심 요소 기술을 개발할 수 있고 액추에이터(동력 구동장치)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품의 경우도 그룹 내에 좋은 역량들이 있습니다. 인프라 구축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여할 수 있습니다. 상당한 기술력이 그룹 안에 존재합니다.”

이런 역량은 영국 정부에서 추진하는 UAM 사업에 현대차그룹이 참여한 데서도 입증됐다. 현대차그룹은 영국 코번트리에 세계 최초로 시범 조성되는 UAM 이착륙 시설 건설을 맡는다. 이 시설은 현대차그룹이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UAM을 활용한 각종 에어택시와 물류·배송 드론 등이 뜨고 내리는 미래 모빌리티의 실험장이 될 예정이다.

정부가 주도하고 현대차그룹이 주요 플레이어로 참여하는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챌린지도 생태계를 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UAM 기체를 만드는 회사들과 서비스 제공 업체들을 한데 모아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민관 합동 실증 사업이다. 현대차는 UAM 개발부터 제조와 판매·운영·정비 등을 아우르는 사업화를 추진하며 K-UAM에 참여하고 있다.

신 사장은 UAM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도 인정했다. 특히 고층 건물이 많고 인구밀집도가 높아 UAM 이착륙장 등이 들어설 여유 부지가 부족한 서울 등 국내 도시들은 외국보다 UAM 상용화의 장애물이 많다. 신 사장은 한국이 UAM 산업을 선도하려면 “무엇보다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도심 항법 시스템부터 UAM 이착륙장 관련 규제, UAM 활용을 위한 데이터 공유 등 제도적 장애물부터 허물어야 한다는 게 신 사장의 주장이다.

“미국에서 스마트시티와 관련한 콘퍼런스에 참여해보면 어떤 전문가도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데이터 공유 문제입니다. 스마트시티의 청사진을 예로 들어볼게요. 차를 몰던 운전자에게 심장마비가 일어났다고 가정해보죠. 자율주행 자동차가 운전자를 모니터링하다가 이상을 감지해 병원·교통국에 알립니다. 교통국 시스템이 신호등을 조작해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옮겨요. 환자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별다른 검사가 필요 없을 정도의 의료 정보가 확보돼 있습니다. 이 과정을 실현하려면 6~7개의 기관이 물 흐르듯 정보를 공유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미국처럼 개인 정보 보호가 중요한 국가에서 의료 기록을 공유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스마트시티와 유사하게 UAM도 많은 정보를 공유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집중적으로 장기 계획을 세워 하나씩 장애물을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신 사장은 일단 UAM 시장이 열리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07년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이 등장한 후 불과 몇 년 만에 스마트폰은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UAM도 마찬가지예요. 서울의 교통 체증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온 서울 시민이 하늘길을 이용해 10~20분 만에 강남북을 오가는 경험을 한번이라도 해본다면 어떨까요. UAM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조차 없게 될 겁니다.” /정리=한동희 기자 사진=이호재 기자

/한동희 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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