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첫 전기차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5의 부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져 다음 달 생산량을 당초 계획보다 25% 수준으로 대폭 축소했다. 부품 수급 정상화 시기도 미정이어서 생산 차질 물량은 더 확대될 수 있다.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에서 생산하는 아이오닉 5용 구동 모터 생산 설비에 일부 문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아이오닉 5 조립 일정도 늦어져 현대차는 다음 달 생산 계획을 기존 1만 대에서 2,600여 대로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관계자는 “구동 모터 생산설비 불안정 문제로 생산량이 축소됐다”며 “정상화 시기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아이오닉 5 생산량 감축으로 협력 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협력 업체 관계자는 “현대차의 요구에 따라 아이오닉 5 부품을 열흘치 이상 확보한 상태”라며 “재고 비용 등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했다.
이번 생산 차질로 전기차 흥행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아이오닉 5 판매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아이오닉 5는 지난달 25일 유럽 사전 예약에서 예정 물량인 3,000여 대의 3배가 넘는 1만여 대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사전 계약 하루 만에 역대 최대인 2만 3,760대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지난 22일부터 아이오닉 5의 양산을 시작했으며 유럽 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할 계획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생산 차질에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까지 겹쳐 일부 고객에 대한 아이오닉 5 인도 시기가 내년까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한 차량용 반도체 수급 예측 실패에 세계 1~3위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NXP·인피니온·르네사스의 공장 가동까지 중단되면서 반도체 품귀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반도체 부족으로 다음 달 현대차그룹 인기 차종의 생산이 중단되는 ‘4월 위기설’까지 대두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품귀에 이번 구동 모터 생산 차질까지 겹치면서 국내 차량 인도 시기가 늦춰지는 것은 물론 유럽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