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산업용 금’으로 불리는 희토류의 밀수출 단속을 강화한다. 미국이 동맹국과 희토류 자체 생산 계획을 내놓고 중(重)희토류 수입처인 미얀마의 쿠데타로 인한 혼란이 길어지자 안정적 관리가 중요해져서다. ‘206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하는 등 환경보호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한 중국이 희토류로 유발되는 환경오염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다.
28일(현지 시간)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자연자원부는 인공위성과 인공지능(AI), 드론 항공촬영 등으로 희토류 불법 채굴을 단속하고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1년에 두 번 희토류 생산 업체 6곳에 생산량을 지정하는 등 희토류 생산을 엄격히 통제하는데 이 방침을 어기고 희토류를 밀거래하는 업체를 엄격히 규제하겠다는 의미다.
중국이 희토류 통제의 고삐를 죄는 것은 최근 미국이 동맹국과 희토류 자체 확보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과 무관치 않다. 미국·일본·인도·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는 반중국 연대체 쿼드(QUAD)는 지난 14일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희토류 생산 독점을 막기 위해 희토류 생산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과 호주는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맞서 최근 희토류 생산을 늘리기도 했다. 세계광산데이터(WMD)를 보면 지난 2018년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73.23%를 차지했다. 하지만 미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미국과 호주의 희토류 증산으로 지난해 중국이 희토류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8%로 줄어들었다.
미얀마 쿠데타의 불똥이 중국 희토류 업계로 튀기도 했다. 중국은 미얀마로부터 중희토류를 수입해 정제한 뒤 다시 수출한다.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희토류의 70% 이상이 미얀마에서 들어왔다. 하지만 2월 미얀마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로 전국적인 총파업이 벌어졌고 최근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나며 혼란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중국이 희토류 통제를 강화했다는 관측이다.
중국이 희토류 생산을 통제하며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신호를 주기를 원한다는 분석도 있다. 프랑스 다큐멘터리 PD인 기욤 피트롱은 최근 저서에서 희토류 채굴 과정을 빵에 첨가된 소금을 가려내는 것에 비유하며 “희토류 채굴이 매우 어려워 엄청난 화학 처리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환경 잡지 예일환경360 역시 희토류 1톤을 생산하는 데 최소 20만ℓ의 물이 필요한데 채굴 후 오염된 물이 방치되거나 지하수로 유출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저우스젠 전 중국 금속·광물수출입상회 부회장은 "중국은 희토류 산업 발전과 함께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해왔다"고 말했다. 또 "희토류는 중국이 확실히 쥐고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비장의 카드"라며 “국내 수요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더욱 강력히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