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그레이트비터 호수





수에즈운하를 건설한 프랑스 외교관 페르디낭 드 레셉스는 초기 구상 단계에서 그레이트비터 호수를 주목했다. 북쪽 지중해의 포트사이드로부터 남쪽 수에즈 만까지 160㎞가 넘는 거대한 물길의 한복판에 위치한 이 담수호를 잘 활용하면 운하 건설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레이트비터 호수 덕분에 파나마운하와 달리 수에즈운하에 갑문을 설치할 필요가 없었다. 공사 비용과 활용도 측면에서 탁월한 효율성을 갖출 수 있게 된 것이다. 레셉스는 이런 공법으로 1859년 4월에 시작해 1869년 11월 17일 현재의 수에즈 운하를 완공했다.



그레이트비터 호수는 레셉스가 운하를 판 뒤 염호로 변모해갔다. 염분이 별로 없었던 이 호수에 홍해와 지중해의 소금기 많은 바닷물이 드나들면서 양쪽의 생물들이 오가는 ‘레셉스 이주’ 현상도 생겨났다. 홍해가 지중해에 비해 소금기는 더 많고 영양분은 적어서 홍해의 생명체가 지중해로 침입하는 현상이 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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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0여 년 전에도 수에즈운하 건설 시도가 있었다. 고대 이집트 네카우 2세는 그레이트비터 호수를 활용해 물길을 거의 다 만들었으나 운하가 완공되면 적들이 유리하게 이용할 것이라는 신의 계시를 듣고는 공사를 중단해버렸다고 한다. 그 뒤 페르시아의 왕 다리우스 1세가 이집트를 침략해 이곳에 처음으로 운하를 만들었다. 하지만 토사 등이 쌓이면서 운하 기능을 상실했다.

수에즈운하 남쪽 입구에서 6㎞ 떨어진 곳에서 좌초됐던 에버기븐호가 29일 건져져 그레이트비터 호수를 빠져나갔다. 이로써 6일 만에 운하가 정상을 회복했다. 너비 59m, 길이 400m, 22만 톤 규모로 세계 최대급 컨테이너선이 그동안 운하를 막아 367척의 선박이 오도 가도 못하는 물류 대란이 벌어졌다. 세계 물동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불거진 수에즈 사태는 ‘나비 효과’를 걱정하게 한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유발할 수 있듯이 배 한 척의 좌초가 글로벌 해상 교역의 요충지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공포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글로벌 물류 대란에 우리 수출 기업들이 대처할 수 있도록 이중 삼중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문성진 논설위원

/문성진 hnsj@sedaily.com


문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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