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찰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차량 전복 사고 원인을 밝혀냈지만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보안관실은 우즈 차 사고의 원인에 대해 결론을 내렸으나 우즈의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알렉스 비야누에바 보안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고 원인이 결정됐고, 조사는 종결됐다"며 “우즈 개인 정보와 관련한 사고 원인을 공개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수사 관련 정보를 공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생활 문제가 있다"며 "우리는 우즈에게 사생활 보호를 포기할 것인지를 물어본 다음에 사고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완전하게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우즈는 지난 2월 23일 LA 인근 롤링힐스 에스테이츠의 내리막길 구간에서 차를 몰고 가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이 사고로 다리를 심하게 다쳐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다. 현재 플로리다주 자택에서 회복 중이다.
통신은 "경찰이 골프 스타 사생활에 대한 불특정한 우려를 들어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또 우즈 에이전트에게도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사고 차량인 제네시스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V80의 블랙박스를 통해 확인한 사고 당시 주행 정보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비야누에바 보안관은 블랙박스에 담긴 모든 정보를 갖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사고에 연루된 사람들의 허락 없이는 그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존 제이 형사사법대학의 조지프 지아컬러니 교수는 LA 경찰의 이같은 비공개 방침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즈가 아닌 다른 일반인이었다면 경찰이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공개 여부를 물어보지 않았을 것”이라며 "차 사고 당사자에게 그런 허락을 구하는 경찰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경찰이 우즈의 차 사고 원인을 밝히지 않음에 따라 이번 사고에 대한 의문점은 더 커질 전망이다. 우즈는 과거 약물 복용 등으로 차 사고를 낸 전력이 있으나 경찰은 이번 사고 당시 우즈가 약물 복용이나 음주를 했다는 징후가 없다면서 혈액검사를 하지 않았다.
경찰은 또 우즈가 사고 직후 본인 신원을 묻는 말에 답변을 제대로 하는 등 의식이 있었던 것처럼 묘사했으나 추후 법원에 제출된 경찰 진술서에는 우즈는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최초 목격자에 의해 발견됐고 운전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나 궁금증을 더욱 키웠다.
통신은 "비야누에바 보안관은 우즈가 순전히 사고가 난 것이고 약물 복용 등에 따른 운전 장애의 증거는 없다고 말해 비판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미 연예매체 TMZ는 최근 우즈 차 사고를 조사한 수사관들을 인용해 우즈가 사고 당시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을 밟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면서 "사고 직전 우즈가 의식을 잃은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러한 추정은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제기된 적이 있다. USA 투데이와 폭스뉴스 등 일부 외신들은 이달 초 차량 포렌식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우즈가 사고 당시 졸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내리막 곡선 구간에서 졸음운전으로 속도를 제때 줄이지 못했고 결국 중앙분리대를 넘어 데굴데굴 구르는 전복 사고를 당했다는 가설이다.
/박동휘 기자 slypd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