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국내 주요 대형주들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효성(004800)그룹주는 시가총액이 무려 70% 팽창하며 전성기를 맞고 있다. 화학 시황이 완벽한 상승 사이클에 진입하고 특히 ‘수소 경제’를 앞세운 친환경 테마로 사업 보폭을 넓히면서 주가가 크게 뛰었다. 지난 1분기에는 시장의 바통이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넘어갔지만, 경기 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짠 그룹에서도 미래 먹거리 확보 여부에 따라 온도 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30대 그룹 1Q 시총 7% 팽창…효성은 73%↑
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국내 상위 30개 그룹의 합계 시총은 지난해 말(12월 31일) 대비 7.01% 증가한 1,482조 5,604억 원으로 집계됐다. 30개 그룹사 중 27곳이 3개월 전보다 시총이 커졌고 감소한 곳은 3곳에 그쳤다.
대부분의 기업이 몸집이 커졌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효성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말 5조 1,927억 원에 그쳤던 효성그룹의 시총은 불과 3개월 사이에 73.1% 급증해 8조 9,863억 원까지 불어나면서 10조 원대 진입도 노릴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한화그룹·포스코그룹·현대차그룹 등 화학·철강 등 주로 경기 사이클에 민감한 사업을 하는 그룹이 하락장을 버텨내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반면 연말부터 가팔랐던 상승률이 역으로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삼성그룹·LG그룹 등은 저조한 흐름을 나타냈다.
효성 주력 자회사 1분기 실적 날개 단다
효성그룹에 날개를 단 것은 세 핵심 자회사였다. 몸집이 가장 큰 효성티앤씨(298020)는 불과 3개월 사이에 시총이 171.6%나 급증하면서 3월 말 2조 4,798억 원까지 덩치를 키웠고 효성첨단소재(298050)(155.4%)와 효성화학(298000)(97.4%) 모두 가파른 성장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가 꿈틀대면서 스판덱스(효성티앤씨), 폴리프로필렌(효성화학), 타이어 보강재(효성첨단소재) 등 주력 화학제품의 수요가 급팽창하고 있지만 공급은 빠듯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실적에 파란불이 켜진 덕분이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효성티앤씨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102.0% 급증한 1,585억 원이며 효성첨단소재(111.5%), 효성화학(215.2%) 모두 세 자릿수 실적 성장을 예고했다.
친환경 확대로 기대감 ‘쑥’…수소 선두주자 될까
다만 시장이 기저 효과를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적이 극적인 상승을 만든 전부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효성그룹은 섬유·화학·중공업 등 옛 경제 산업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탈피해 자회사 간 ‘수소 밸류체인’ 구축을 시도하면서 성장 돌파구를 찾고 있다. 성장성 높은 친환경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택해 새 성장 엔진을 장착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액화 수소 공급과 수소 충전소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효성중공업(298040)은 내년까지 120여 곳의 수소 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며 효성첨단소재는 수소차 연료탱크의 핵심 소재인 탄소섬유 시장을 선점하면서 증권 업계의 호평을 받고 있다.
효성 외에도 신성장 동력을 갖춘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확연하게 갈렸다. 우주·항공 사업에 진출하는 한화그룹(28.3%)과 2차전지 소재 자회사를 보유한 포스코그룹(25.7%) 등 변화를 꾀하는 그룹의 존재감은 커졌지만 신사업에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롯데그룹(10.6%)과 CJ그룹(6.9%)의 오름폭은 상대적으로 덜한 모습이었다. 삼성그룹주의 경우 삼성전자의 주가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그룹주 시총이 지난해 말 682조 4,324억 원에서 681조 9,878억 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쏟아지는 실적개선株…성장 엔진이 장기수익률 차별화
이달에도 코스피가 박스권 엔딩을 맞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가치주냐 성장주냐의 논쟁보다는 개별 기업의 경쟁력을 따져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경기회복세에 등 떠밀려 많은 기업의 실적이 급격하게 개선될 수 있지만 구체적인 미래 사업 구상을 갖춘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장기 수익률은 차별화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부분 기업들의 주된 관심사가 지속 가능 여부와 신사업이었던 만큼 성장성에 대한 논의가 1분기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한 한국 산업의 판도 변화는 이제 시작 단계이며 지속적으로 미래 성장 테마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