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토요워치] 몰래 털어놓지만…모두가 알게되는…직장인의 '대나무숲'

■ '블라인드'의 빛과 그림자

국내외 회원 450만명 소통 창구

속내·뒷말 이야기하는 공간서

부조리 고발 주체로 성장했지만

마녀사냥·조롱 공존 '양날의 검'





블라인드 로고./사진제공=팀블라인드블라인드 로고./사진제공=팀블라인드


‘블라인드 직원도, 대표의 며느리도 여러분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공식 블로그에 올려진 소개 글의 일부다. 이는 블라인드의 정체성을 그대로 반영한다. 익명을 바탕으로 한 ‘그들만의, 또 우리 사이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블라인드는 지난 2013년 설립된 팀블라인드가 운영하는 직장인 커뮤니티다. 8년 만에 국내외에서 450만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며 직장인 간의 거대 소통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기업 시가총액 기준 1,000대 기업 종사자 80%가 블라인드 회원일 정도다. 철저한 익명성 보장으로 수많은 직장인이 그동안 드러내지 못한 속내를 모바일·온라인이라는 세상에서 털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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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른바 ‘우리 사이의 뒷말’은 ‘폭로’로 발전했다. 2014년과 2018년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물벼락 갑질’도 블라인드 글에서 시작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대한 ‘미투’도 블라인드 글이 실마리를 제공했다. 모바일 세상의 폭로가 밖으로 알려진 뒤 실체가 드러나면서 ‘사회적 부조리를 바로잡자’는 공론의 장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언론이나 시민 단체 등에 못지 않게 부조리를 고발하는 새로운 주체로 성장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익명성이라는 특성으로 블라인드는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익명에 기대 남을 해치려는 글이나 무책임한 비방이 제대로 걸러지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도 함께 안고 있기 때문이다. 글 하나하나에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동시에 가게 되는 셈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으로 추정되는 회원의 글이 결국 LH 사태에 기름을 부은 것이 블라인드의 어두운 단면으로 꼽히는 이유다. ‘꼬우면 니들도 우리 회사(LH)로 이직하든가’라는 조롱성 글은 국민의 분노로, 또 LH 고발로 이어지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또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라는 질문도 우리 사회에 던졌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익명 폭로는 우리 사회에 권력 구조가 있고 이 구조가 은폐됐기 때문에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공론의 장에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대화의 방식을 교육 과정에서부터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종곤·김태영 기자 ggm11@sedaily.com


양종곤·김태영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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