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일 국민의힘이 4·7재보걸 선거 투표 독려 문구로 내건 ‘내로남불·위선·무능’표현을 쓸 수 없다고 통보했다. 선관위는 특정 정당(후보자)를 쉽게 유추할 수 있거나 반대하는 것으로 보이는 표현이라는 점을 들어 불허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하고, 선관위를 향해 불공정 의혹을 제기했지만 선관위는 “원칙을 따를 뿐”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그동안 여야가 바뀌더라도 대부분 야당을 중심으로 선관위의 공정성에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일각에서 선거관리체계의 큰폭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배경이다.
이날 김예령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선관위가 민주당을 위선·오만·내로남불 정당이라고 인증한 자승자박”이라고 비판했다. 박용찬 오세훈 후보 캠프 대변인도 “(선관위가)‘표현의 자유’까지 허용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관위는 원칙에 따랐을 뿐 특정정당의 유불리를 판단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선관위 측은 “순수한 투표 참여 권유가 아닌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포함된 현수막과 피켓은 선거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위원 선출방식 바꿔 정치적 중립 강화해야”
4·7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불공정 의혹이 거듭제기 되고 있는 가운데 ‘기울어진 선관위원’ 선출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여야가 교체되더라도 대체적으로 야당을 중심으로 선거관리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해온 현재 상황은 선관위원의 선출 방식 자체의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선관위는 4일 국민의힘이 투표 독려 문구로 내건 ‘내로남불·위선·무능’표현을 쓸 수 없다고 통보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당색인 파란색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 ‘택시 래핑’선거홍보물과 교통방송(TBS) ‘#1(일)합시다’ 캠페인의 경우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국민의힘은 편파적이라며 지난달 31일 선관위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지만 현재 여당이 야당이던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는 반대 상황이 고스란히 연출됐다. 당시는 ‘4대강’이나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집회나 현수막을 포함한 광고물 게시가 금지 됐다. 역시 지금의 여당, 당시 야당은 “명백한 이중 잣대, 관권 개입으로 (선관위의) 이런 행태를 중지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크게 반발했다.
반면 여야가 바뀐 최근 선거에서는 야당인 국민의힘이 선관위의 불공정 의혹을 제기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달 말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시민단체 캠페인을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제지한 것도 야당을 자극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여당에겐 면죄부, 시민에겐 불법 딱지”라며 “선관위는 심판인가, 여당 선수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이 여야가 바뀔때마다 형편이 바뀌는 상황이 반복되자 최소한 선관위원은 특정 정당에 속했거나 정파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을 제외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분출되고 있다. 실제 2009년 이명박 후보를 공개 지지하고 당시 한나라당에서 주요 역할을 했던 선관위원이 임명되면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정부에서도 민주당 대선 특보 경력을 가진 선관위원이 임명되면서 야당이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는 등 정쟁이 심화됐다.
현재 선관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3명, 국회에서 선출하는 3명,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 등 모두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지만 대통령과 여당 추천 몫만 해도 여당에게 기울어진 구성이 가능한 형편이다. 특히 현재 시도와 읍·면·동 선관위원은 추천 정당의 당원이 아님을 증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중앙선관위원은 결격 사유를 명시하지 않고 있어 정파적 이해관계를 가진 인물의 진출이 가능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정당 소속 인물을 배제하는 사항을 명시한 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