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페미니즘·성소수자 공약을 내세운 서울시장 후보들의 선거 벽보와 펼침막을 훼손하는 사건이 연일 발생하고 있다. 해당 후보들은 “사회적 약자, 소수자 공약을 앞세우는 후보의 공보물을 훼손한 것은 명백한 혐오범죄”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무소속) 선거운동본부는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수동 서강교회 인근에 부착된 신 후보의 벽보가 날카로운 물건으로 찢겨 훼손된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신고를 접수한 서울 마포경찰서는 현장에 출동해 관련 증거를 수집하고 수사에 나선 상태다.
신 후보는 훼손된 벽보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벽보 훼손은 후보에 대한 공격인 동시에 여성 유권자를 향한 위협으로 경찰에 신속한 수사와 엄정한 대응을 요청했다. 페미니스트 정치에 대한 백래시에 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신 후보 측은 입장문을 내고 “다른 후보들의 벽보는 훼손되지 않고 신지예 후보의 벽보만 훼손된 것은 페미니스트 후보에 대한 반감과 혐오가 표현된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신 후보의 선거 벽보 훼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 후보가 지난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당시에는 30대 남성 ㄱ씨가 신 후보의 벽보를 훼손했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신 후보가 지난해 치러진 21대 총선 서울 서대문갑 후보로 출마했던 때에도 선거 벽보 얼굴 사진의 눈 부분이 훼손됐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대표하는 공약을 내놓은 후보들의 선거 홍보물 훼손이 이어지자 경찰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마포경찰서는 이날 오태양 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의 성 소수자 공약이 적힌 펼침막을 훼손한 다수의 용의자들을 검거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께 서울 마포구 홍대 문화공원 인근에 걸려있던 오 후보의 펼침막을 훼손하고 이튿날 또다른 오 후보의 펼침막을 불로 태워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훼손된 현수막엔 ‘성소수자 자유도시 선포, 동성결혼·차별금지·퀴어축제 전면지원’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오 후보 측은 지난달 30일 “7개 구에서 펼침막 20여개가 훼손됐다”며 “서울 곳곳에서 동시에 유사한 형태의 펼침막 훼손이 보고되고 있어 조직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후보는 펼침막 훼손 용의자가 검거된 뒤 입장문을 내고 “성소수자 지원 공약을 담은 현수막에 대한 고의적이며 지속적인 훼손은 선거 방해행위를 넘어 성소수자 괴롭힘을 목적으로 하는 명백한 혐오범죄”라며 “정치인에 의한 혐오차별 행위는 생명을 해칠 수도 있는 심각한 증오 범죄로 이어지며, 시민들에게까지 확산될 수 있어 정부 당국의 책임 있는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