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선착순' 전기차 보조금에…애꿎은 소비자만 속앓이

車반도체 문제 EV6 등 생산차질

출고 늦춰지며 후순위로 밀려

수입차 독식에 조기 소진 우려

자동차 업계, 분기별 할당 요구


# 전기차 구매를 고심하던 A 씨는 기아의 신모델 EV6 구입 문의차 대리점에 전화했다가 전기차 구매를 포기했다. “EV6 출고 시기가 7월인데 서울시의 전기차 보조금이 그 전에 소진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선착순으로 지급되는 전기차 보조금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테슬라 등 수입차 브랜드가 보조금을 싹쓸이하는 현상이 올해도 되풀이되고 정부가 책정한 승용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수와 지자체 지급 대수가 엇박자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기차 판매 대수는 테슬라의 모델3가 3,201대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서울시의 전기차 보조금 신청이 지난 2월 하순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3월 한달간 팔린 수치다. 테슬라 판매 대수는 코나·니로 등 다른 전기차 모델 판매 대수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1분기까지 테슬라가 대부분의 보조금을 쓸어간 셈이다. 특히 테슬라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서울의 경우 보조금 접수 건수가 1,437대에 달했다. 서울시 보조금 지급 예정 대수가 5,067건임을 감안하면 한달 만에 30%의 보조금이 소진된 것이다.

실질적인 보조금 지급 대수가 적은 것도 문제다. 정부는 올해 7만 5,000대를 보조금 지급 대수로 산정했지만 실제 전국 지자체가 공고한 보조금 지급 예정 대수는 4만 5,814대에 불과하다. 전기차 판매가 전적으로 보조금에 좌우되는 만큼 실제 보조금 지급 대수는 4만 5,800여 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현대차의 아이오닉5의 출고 시기가 늦춰지고 기아 EV6와 제네시스 JW(프로젝트명)의 출시 시기가 빨라야 3분기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보조금 혜택을 테슬라 등 외국계가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2분기에는 벤츠 EQA와 테슬라 모델Y까지 전기차 시장에 가세한다. 상당수 지자체가 보조금 신청 접수 후 2개월 안에 출고되지 않을 경우 지급 순위를 후순위로 돌리는 점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반도체 등 부품 부족으로 출시 시기가 늦춰지면 접수를 먼저 했더라도 보조금을 못 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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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모델3는 계약이 이뤄지면 바로 미국 등에서 공수할 수 있는 반면, 아이오닉5 등은 구동 모터와 반도체 부족 등으로 출시 일시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며 “이 추세라면 전기차 구매자들이 대거 테슬라로 옮겨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는 보조금 지급 대수를 늘리고 지급 방식도 ‘선착순’이 아닌 ‘분기별 할당’으로 바꿔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보조금 조기 소진을 막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전기차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소비자의 선택폭도 넓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은 “전기차에 대한 선호가 예상보다 많은 만큼 보조금 절벽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


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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