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4)이 9일 검찰에 송치된다. 김씨는 이날 포토라인에 서게 되며 얼굴도 공개된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어서 김씨가 마스크를 착용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4차례에 걸쳐 김씨를 조사한 기록을 정리하고, 추가로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을 송치 전까지 살펴볼 예정이라며 8일 이같이 밝혔다. 경찰은 김씨에게 기존 살인 혐의 외에 절도와 주거침입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그는 범행 당일 슈퍼에 들러 흉기를 훔친 뒤 피해자들의 주거지에 침입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김씨의 '스토킹' 행위에 현행 경범죄처벌법상 지속적 괴롭힘 등의 혐의를 적용할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현재 경찰은 지난 6일부터 프로파일러 4명을 투입해 김씨를 조사 중이다. 앞서 4명의 프로파일러들은 사건과 관련한 구체적 진술을 끌어내기 위해 사전 작업으로 신뢰관계 형성에 주력했다. 이후에는 범행 동기 규명에 집중하면서 그동안 조사 과정에서 김씨가 내놓은 진술 진위도 검증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살인 혐의를 인정했지만 범행 동기 등과 관련해 좀 더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김씨의 사이코패스 성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경 우석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부족한 사람인 건 분명해 보인다”라며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같은 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김태현이 이틀씩이나 범행 현장에 머물러 그 집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생존을 하는 등 일반적 행동 패턴과는 상당히 달랐다”면서 “사이코패스일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고 분석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지만 올해 10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김씨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 한편 경찰은 이날도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범행 전후 상황과 김씨의 범죄심리를 분석할 계획이다. 김씨는 큰 감정동요 없이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9일 김씨를 검찰에 송치하며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씨는 지난달 23일 노원구에 위치한 세 모녀의 주거지에 자신을 배달기사라고 속이고 침입해 A씨의 동생(22)을 살해한 뒤 A씨 어머니(59)와 A씨를 차례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온라인게임을 통해 알게 된 A씨가 연락을 거부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