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가 여당의 참패와 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린 가운데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인 4대 변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여권 인사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네거티브 선거 전략이 여당의 참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첫 번째 변곡점으로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제시했다. LH 직원 A 씨 등이 정부가 지난 2월 3기 신도시로 추가 선정한 광명·시흥의 일부 땅을 지난 2017년부터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번 선거의 변수로 등장했다. 이 의혹은 여당인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달 LH 사태 직후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은 28.1%를 기록했다.
정부 여당 인사들의 부동산 ‘내로남불’ 이슈도 이번 재보선의 분기점 중 하나로 거론된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임대차 3법 통과를 앞두고 전세가를 14% 넘게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전월세 5% 상한제 등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주민 의원도 법안 통과 전 자신의 아파트 임대료를 9% 넘게 인상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세 번째 변곡점은 민주당 의원들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된 2차 가해를 지속적으로 부추겼다는 논란이 꼽힌다. 박 전 시장의 과오로 열린 선거임에도 당헌에 명시된 ‘무공천 원칙’을 어긴 데 이어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 등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한 것이다. 이후 피해자는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사과는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사과였다”며 “피해사실을 왜곡하고 상처준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내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후보들을 둘러싼 의혹을 두고 민주당이 취한 네거티브 공세도 변곡점으로 꼽혔다. 민주당은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의 내곡동 땅 관련 의혹, 박형준 부산시장 당선인의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 파내기에 열을 올렸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민주당의 이번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은 LH 사태와 부동산 내로남불 이슈”라며 “법치주의·민주주의의 가치가 중시되는 시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행보를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차 가해 논란과 네거티브 전략에 관해서도 “내곡동 생태탕집 의혹에 집중한 것은 오세훈 후보 개인을 심판하자는 의도인데 결국 잘 먹히지 않은 카드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독선적인 민주당이 이번 투표로 심판받은 것”이라며 “LH 의혹이나 내로남불 논란 등 부동산 이슈를 둘러싼 위선이 누적돼 민주당에 참패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종합적인 정부 여당의 잘못으로 인해 ‘분노 투표’가 행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