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게임사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이 ‘본업’인 게임을 넘어선 분야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각 기업들은 M&A 전문 인력을 앞다퉈 확보하며 콘텐츠·엔터테인먼트 등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시장조사에 돌입했다. 게임 제작 과정에서 쌓은 개발력과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종합 기술·콘텐츠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최근 게임 및 게임 외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인수 기회를 분석할 경영·재무전략 담당자를 모집하고 있다. 지원 필수조건으로 ‘컨설팅·회계법인에서 5년 이상 관련 업무 경험을 쌓았을 것’을 요구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투자 및 M&A 기회를 찾기 위한 포석이다. 넷마블도 최근 투자분석 담당자를 채용하고 있다. 넷마블은 “국내외 게임 및 비게임 산업에 대한 투자 안을 발굴·협상하고 계약 진행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비 게임 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사업 다각화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쟁사와 달리 그동안 M&A에 소극적이었던 엔씨소프트의 움직임이 포착된 만큼 앞으로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12년 엔트리브소프트를 인수한 후 현재까지 이렇다 할 M&A를 하지 않았다. 다만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 간 레진코믹스, 문피아,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 메리크리스마스 등 콘텐츠 업체에 총 485억 원을 투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꾸준히 M&A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고 밝혀왔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면서 “하지만 최근 K팝 플랫폼 ‘유니버스’를 출시하고 CJ ENM과 협업하는 등 콘텐츠·엔터 산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본격적인 외형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이미 지난 2019년 코웨이를 1조7,400억 원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 ‘외도’ 논란도 일었지만, 코웨이가 탄탄한 수익성을 기록하며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코웨이는 지난해 영업이익 6,064억 원을 기록했다. 2019년보다 32.3% 늘어난 수치다. 넷마블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 2,720억 원의 2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넷마블은 하이브(옛 빅히트) 지분 19.9%를 보유하고 있으며, 카카오뱅크 지분 3.94%도 확보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위젯, 2008년 네오플을 잇달아 인수하며 게임업계 1위에 올라선 넥슨도 최근 몇 년간 비 게임 영역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넥슨은 최근 미국 해즈브로와 일본 반다이남코·코나미·세가 등에 8억 7,400만 달러(약 1조 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해즈브로는 완구 회사이고, 반다이남코 등은 게임사인 동시에 애니메이션·완구·리조트 사업을 벌이고 있다. 넥슨은 추가로 6억 달러 이상을 글로벌 콘텐츠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게임사들은 매년 수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쌓아와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며 “게임 밖으로 영역을 확장해 영상·콘텐츠·엔터 등 이종 산업과 ICT(정보통신기술) 기술력의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