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TV·방송

'괴물' 끝까지 쫄깃한 긴장감, 명작의 가치를 증명했다





신하균과 여진구의 진실 추적은 마지막까지 뜨거웠다.



JTBC 금토드라마 ‘괴물’(연출 심나연 / 극본 김수진)이 지난 10일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이동식(신하균 분)과 한주원(여진구 분)은 만양의 괴물들을 모두 잡고 진실을 세상에 공개했다. 괴물을 낚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자신들의 잘못까지 바로잡는 선택은 진한 울림을 안겼다. 그리고 어디선가 또 다른 비극을 견뎌내고 있을 남겨진 자들을 조명하는 엔딩 역시 확실한 메시지를 전했다.



정철문(정규수 분)의 죽음은 이동식을 노린 함정이었다. 한기환(최진호 분), 이창진(허성태 분)이 이동식을 정철문의 집으로 소환해 살해 혐의를 뒤집어씌우려 했던 것. 하지만 이를 간파한 한주원이 이동식을 대신해 정철문의 집으로 향하면서 계획은 어그러졌다. 이동식은 자신을 위해 위험까지 무릅쓴 그에게 “죄책감 뒤집어쓰고 오버하지 마요”라고 일갈하면서도 “저 바보 같은 놈을 혼자 보낼 수가 없다”며 진심을 헤아렸다. 단독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한주원의 약속을 받아낸 이동식은 다음 작전을 준비했다.

관련기사



두 남자의 공조는 거침없었다. 괴물들을 한 번에 옭아매고자 움직였고, 그 시작은 박정제(최대훈 분)였다. 한주원은 정신 병원에 감금된 박정제를 빼돌리고 자수를 권했지만, 그는 오랜 죗값을 받겠다며 체포를 부탁했다. 기억을 찾은 그는 줄곧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박정제는 어머니 도해원(길해연 분)이 자신을 위해 진실을 은폐했다는 사실까지 알자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동식아,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이번엔 진짜로 말해달라고, 소장님하고 강진묵 나 때문에 죽였냐고 엄마한테 물어봐 줄래?”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아들의 위태로운 진심에 도해원은 결국 남상배(천호진 분)가 조길구(손상규 분)에게 보낸 문자를 이창진에게 보여줬고, 강진묵(이규회 분)은 한기환, 이창진이 저지른 짓이라고 자백했다.

이제 이동식, 한주원에게 필요한 건 이창진의 자백이었다. 두 사람은 한기환이 꼬리 자르기를 할 것이라며 그를 흔들었고, 이유연과 남상배를 죽였으니 당신도 죽어 마땅하다고 위협했다. 벼랑 끝에 몰린 이창진은 드디어 한기환의 이름을 내뱉었다. 한기환은 자신이 벼랑 끝에 섰음을 직감했다. 범행 내용이 담긴 녹취 파일이 뉴스에서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 그는 극단적 선택으로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때 한주원이 들이닥쳤고, 함께 지옥으로 떨어지겠다는 말에 한기환은 폭주했다. 이를 막아선 건 이동식이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한주원은 분노에 휩싸인 이동식에게 동생을 죽인 용의자를 체포하라고 말했다. 이렇게 욕망과 이기심이 만들어낸 괴물들은 모두 법의 심판대로 향하게 됐다.

두 사람에겐 아직 바로 잡을 것이 있었다. 이동식은 괴물을 잡기 위해 법과 원칙을 깨부순 죗값을 받겠다며 “사체를 유기, 현장을 훼손하고,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체포 부탁드립니다”라고 한주원에게 두 손을 내밀었다. 망설이는 한주원의 손을 붙잡는 그의 얼굴엔 미소가 어려 있었다. 결국 한주원은 그의 뜻을 따랐다. 이로써 길었던 비극은 마침표를 찍었다. 이동식과 한주원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살아갔고, 남상배의 기일에 재회했다. 한주원은 아버지가 저질렀던 악행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실종된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이 할 일이 있어 다행이라는 한주원, 그런 그를 향해 환하게 웃어 보이는 이동식의 모습은 진한 여운을 안겼다. 한주원에게 건넨 “주원아,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라는 따뜻한 인사는 슬픔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와도 같았다. 지옥 같던 나날을 곱씹으며 자신의 몫을 살아가는 두 사람, 그리고 어디선가 또 다른 비극을 견뎌내고 있을 남겨진 자들을 조명하는 엔딩은 가장 ‘괴물’다운 피날레였다.

‘괴물’은 사건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다면성을 집요하게 쫓으며 ‘괴물은 누구인가! 너인가, 나인가, 우리인가’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누가 범인인가’에만 머물지 않고 ‘왜’ 이런 사건이 벌어졌는지, 남겨진 피해자 가족들은 ‘어떤’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는지, 또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내밀하게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에 장르물의 틀을 깬 수작으로 평가되며 뜨거운 호평이 쏟아졌다.

/김진선 기자/sestar@sedaily.com


김진선 기자/sesta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