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의 인기 교육과정 중 하나로 ‘50+도시여행해설가 양성과정’이 있다. 걷기여행과 도시해설을 접목시켜 무심코 지나온 길 아래 숨은 역사와 문화를 발굴해 나만의 독창적인 여행 콘텐츠를 발굴하고 해설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2016년 서부캠퍼스에서 만난 P씨는 은퇴 후 과거에 속했던 세계에 재진입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위에서 언급한 ‘50+도시해설가 양성과정’을 수강했다. 그 과정을 통해 만난 몇몇 사람들과 여행관련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약 2년 간 주로 산과 숲 트레킹을 안내하는 일을 했다. 자연스럽게 자연과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자연환경 해설사’ 자격을 취득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태백산 국립공원 자연환경해설사로 재취업해 2021년 현재까지 친환경적인 환경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 P씨의 사례는 단편적이지만 은퇴한 50+세대가 ‘그린뉴딜’ 일자리로 진입하는 경로를 비교적 명료하게 보여준다.
한국판 뉴딜 정책,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은 작년 하반기부터 가장 뜨거운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특히 그린 뉴딜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환경 정책이자 경제 정책으로 코로나19를 야기한 기후위기와 코로나19로 야기된 경제위기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글로벌 해결책 중 하나로 손꼽힌다.
2019년 미국의 「그린 뉴딜 결의안」 및 유럽연합의 「유럽 그린 딜(Europe Green Deal)」이 대표적인 정책으로 탄소중립을 지키고 국가가 생태 환경을 보호하면서 더불어 지속 가능한 경제로의 전환, 일자리 창출 등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7월 16일에 한국판 뉴딜 정책의 하나인 그린 뉴딜 계획을 발표하였는데 2025년까지 총 73조 4000억 원을 투자해 65만 9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마디로 그린뉴딜 일자리 정책이란 환경 정책이자 경제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탈탄소화 사회로의 전환(환경)과 이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일자리 창출(경제)’을 의미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의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그린뉴딜 50+일자리 정책연구(2020. 임소현)
를 내리자면 그린 뉴딜 일자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침체된 경기를 다시 활성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그린 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기후변화 완화, 환경 보호 및 개선, 탈탄소화 달성을 위해 새롭게 창출된 일자리로 교육 및 직업 훈련으로 연계가 가능하다.
그린 뉴딜 정책에 따른 일자리 창출 사례로는 미국 뉴욕시를 들 수 있다. 미국 뉴욕시는 2019년 4월 그린 뉴딜 정책을 달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인 ‘OneNYC 2050’을 수립했다. 뉴욕시는 2007년부터 지속가능한 종합계획(PlaNYC)을 통해 뉴욕의 건설 분야 그린 일자리 촉진을 위하여 법안을 마련해 왔다. 약 200여 개의 협동조합이 ‘Green Jobs/Green Homes’ 라는 연합을 만들었고 5년 동안 백만 가구를 그린 리모델링하고 약 14,250개의 양질의 영구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과거의 성과를 바탕으로 탄생된 ‘OneNYC 2050’계획은 일자리 창출에서 나아가 에너지 평가, 설치 서비스, 저금리 자금 조달 및 다양한 그린 칼라 경력을 위한 교육 경로를 제공하여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그린 뉴딜 일자리의 국내 사례를 살펴보면 핵심그린 산업과 그린지원산업으로 나눠진다. 핵심 그린산업에 해당하는 일자리는 서울에너지설계사, 재활용환경성평가 전문인력, 온실가스관리 전문인력, 나무의사, 수목치료기술사가 있다. 그린 지원 사업에 해당하는 일자리는 녹색생활지도사, 사회환경지도사, 자연환경해설사, 산림교육전문가, 산림치유지도사가 있다. 직무에 따라 전문지식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소정의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을 취득하면 진입이 가능한 일자리가 있기도 하며 국가자격 시험에 합격해야만 진입이 가능하기도 한 경우도 있다.
다시 주제로 돌아가, 그렇다면 그린뉴딜 일자리는 50+세대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구체적인 그린뉴딜 일자리 창출계획은 발표된 바 없다. 설령 일자리가 창출된다 해도 50+세대를 겨냥한 일자리나 지원사업의 가능성도 그다지 높지는 않다. 그럼에도 그린뉴딜 일자리 정책과 50+세대의 연관성, 교집합을 찾으라면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첫째, 50+세대가 그린뉴딜 일자리에 참여한다는 것은 단순히 경제활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린뉴딜 일자리의 시작에는 기후변화와 탄소배출 감소 등의 환경문제가 있다. 따라서 그린뉴딜 일자리에 참여한다는 것은 사회문제, 환경문제 해결에 동참한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까지 나와 가족을 위해 직업을 선택했던 50+세대가 인생 후반을 설계하는 데 있어 범사회적인 활동으로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한다는 인식은 사회적 소속감과 연대의식을 느끼게 함으로써 은퇴 후 50+세대가 겪는 여러 문제(고독, 관계의 단절 등)를 해결할 수 있다.
둘째, 탄소배출 감소라는 환경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는 범주를 넘어섰기에 ‘뉴딜’이라는 정책 사업으로 전개가 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이 때 중장년 일자리 관련 정책 중의 하나인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을 그린 뉴딜 산업으로 확대하는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50+인턴십, 50+뉴딜 인턴십, 50+적합일자리 등과 같은 사업과 연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셋째, 앞서 살펴본 핵심그린 산업과 그린지원산업에서 제시하는 일자리 대부분이 전통적인 전일제 근무가 아니라는 점도 유연한 근무환경을 원하는 50+세대에게 잘 맞을 수 있다. 자연친화적인 욕구가 있는 세대인 만큼 그린뉴딜 영역과 50+세대는 교집합이 많아 보인다. 서두에서 언급한 도시여행해설가나 텃밭가꾸기, 환경 지도사 등이 50+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과정이라는 점이 그 반증이다. 물론 일자리로 연계되기까지는 많은 과정이 별도로 필요하겠지만.
마지막으로 50+세대에 맞는 그린뉴딜 일자리로 ‘리스킬링’과 ‘업스킬링’영역이 있다. ‘50+리스킬링 일자리’는 그린 뉴딜 산업에서 근무했던 50+세대의 경력을 활용함으로써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이 겪고 있는 만성적인 숙련인력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고 ‘50+업스킬링 일자리’는 50+세대가 그린 뉴딜 산업에 종사했던 경험은 없다 해도 그린뉴딜과 관련된 스타트업에 인턴십으로 파견되어 경영 전문성을 보완할 수 있는 자문인력 등으로의 활용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향후 그린뉴딜 분야에서 50+세대의 일자리와의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본 원고는 2020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보고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그린뉴딜50+일자리 정책연구(임소현 외)」를 바탕으로 기술되었습니다.
/황윤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