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경력단절여성(경단녀) 지원 제도를 운영하면서 경력단절 여부에 관계없이 지원금을 지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육아·돌봄공백을 겪은 여성의 사회 복귀를 돕는 제도 취지가 퇴색되고 있지만 여가부는 실제 혜택을 받은 경단녀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미스매칭’ 정책으로 경력단절 문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해마다 수백억원의 예산이 엉뚱하게 쓰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여가부에 따르면 여가부는 경단녀를 지원하는 ‘새일여성인턴’ 제도를 13년째 운영하면서 경력단절과 무관한 미취업 여성에게도 프로그램 참여를 허용해 왔다.
새일여성인턴은 경단녀의 인턴 채용을 돕는 제도로 2008년 제정된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에 근거한다. 2009년 주부인턴제로 출발할 당시 지원 대상이 연간 1,000명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거치면서 10배(9,777명) 확대됐다.
여가부는 새일여성인턴 참여시 1인당 최대 380만원의 지원금을 준다. 여성을 3개월 인턴으로 채용한 기업에 240만원을 주고, 인턴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6개월 이상 고용하면 기업과 참여자에게 각각 80만원(고용유지장려금)과 60만원이 추가로 지급된다. 지난해까지는 지원금이 최대 300만원이었으나 올해 고용유지장려금 제도가 신설되면서 380만원이 됐다. 지원금이 늘면서 올해 새일여성인턴 지원 예산은 236억4,200만원(전년 대비 88억1,700만원 증가)이 됐고 추경을 거쳐 274억4,200만원으로 증액됐다.
문제는 이 제도가 경단녀 지원 프로그램임에도 실상은 경력단절과 무관한 여성에게도 지원금을 지급하는 점이다. 여가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새일여성인턴이 ‘장기간 직장으로부터 이탈된 경력단절여성이 취업 후 직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제도이고, 이 사업을 담당하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육아·가사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취업 여성 전체를 지원 대상으로 삼고 있다.
지원금이 경력단절과 무관한 미취업 여성에게 돌아가고 기업이 이를 악용할 여지가 있는데도 여가부는 새일여성인턴 혜택을 받은 경단녀가 몇명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경쟁자가 있을 경우 출산·육아·돌봄을 겪은 경단녀를 우선적으로 채용하라는 규정도 없다.
여가부는 이 제도가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에 근거한 만큼 반드시 경단녀에게만 지원금이 돌아갈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법 적용 대상에 혼인·임신·출산 등으로 경제활동을 중단한 여성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을 한 적이 없는 여성도 포함되기 때문에 갓 취업전선에 뛰어든 20대도 지원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새일여성인턴 제도에는 비경제활동인구를 경제활동인구로 이끌어내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새일여성인턴 제도가 취지에 어긋나게 운영되면서 재정집행효율성을 해친다고 지적한다. 기업은 미취업 여성만 뽑아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중장년층보다 젊은 여성을 고용할 우려가 있고, 여가부가 격려금 취지로 지급하는 60만원도 경력단절과 무관한 여성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경단녀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면 기업이 기피하는 여성을 지원하는 전략적 제도여야 한다"며 "그런데 대학원 졸업자 등 정상적인 경쟁으로 취업할 수 있는 여성까지 지원하면 정말 필요한 사람이 혜택을 못 본다"고 우려했다. 이어 “경단녀 지원 예산이 무분별하게 집행되면 중소기업이 정부 지원금을 노려 제도를 남용하는 등 사회적 손실이 커진다”며 “정부는 지원금이 실제 경단녀 혹은 출산·육아로 취업 적령기를 놓친 사실상의 경단녀에게 얼마나 돌아가는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