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강·영산강·낙동강 등에서 11개 물막이 보(洑)를 개방한 결과 녹조류는 감소했으나 일반적 수질 지표인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과 인 함량(T-P) 등은 오히려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 해체가 수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결론 짓기 어려운 셈이다. 정부는 이 같은 결과를 알고 있으면서도 올 초 금강과 영산강의 보 5곳 중 3곳을 영구 해체하기로 결정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환경부는 13일 이 같은 내용의 ‘11개 보 개방 이후 관측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2017년 6월부터 2020년 하반기까지 3년 6개월 동안 관측한 금강(3개 보), 영산강(2개 보), 낙동강(6개 보)의 수질 및 환경 변화가 이번 공개 결과에 담겨 있다.
환경부는 관측 결과 이들 강에서 녹조류(유해남조류)가 사라지고 퇴적물 내 모래 함량이 늘어나는 한편 멸종위기 조류인 황새가 다시 발견되는 등 수(水) 생태계가 다시 살아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관측 결과는 환경부의 긍정적 평가와 달리 대체로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어 환경부가 기상 조건이 예년과 유사했다고 평가한 2019년의 경우 금강은 물 1㎖ 당 유해남조류세포수가 263셀(cell)로 물 개방 전 5년(2013~2017년) 평균인 4,800보다 95%나 줄었다. 하지만 낙동강은 이 기간 남조류 세포 수가 1만6,210에서 2만1,329로 오히려 32% 증가했다. 심지어 2018년에는 금강과 낙동강 모두 녹조류 수치가 예년 평균 대비 각각 121%, 81%씩 늘었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2018년은 짧은 장마 후 극심한 폭염의 영향으로 대부분 보에서 녹조가 예년보다 증가했다”고 해명했다.
그나마 녹조류가 특정 기간 감소세를 보인 것과 달리 수질을 평가하는 대표 지표인 BOD, T-P, 클로로필에이(Chl-a) 등은 대체로 증가하거나(수질 악화) 측정 지점에 따라 수치가 ‘튀는’ 모습을 나타냈다.
실제로 금강 공주보의 경우 개방 전(2013~2016년) BOD 수치가 2.6㎎/ℓ 였으나 개방 후 3년(2018~2020년) 동안에는 2.9㎎/ℓ로 도리어 21% 늘었다. 인 함량도 이 기간 0.072㎎/ℓ 에서 0.093㎎/ℓ로 오히려 29% 증가했다. 녹조를 일으키는 조류물질로 농도가 높아지면 악취를 일으키는 클로로필에이도 공주보에서는 이 기간 44.6㎎/㎥에서 44.0㎎/㎥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영산강 죽산보에서는 65%나 증가하는 등 수질 개선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보에 물을 채워 ‘물그릇’이 커지면 오염물질 희석과 분해가 쉬워진다는 그 동안의 가정이 정부 공식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농업 용수 등 물 이용 측면에서도 보 개방 효과는 사실상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다수 지하 수위 관측정에서 지하 수위가 감소했고 일부 관측정에서는 보 개방에 따른 수위 감소보다 지하 수위 감소폭이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 개방에 따라 인근 지표면의 물도 함께 쓸려 나가 일종의 ‘지하수 사막화’가 나타난 셈이다. 이에 따라 공주시 등 일부 강 인근 농지에서는 과거 30m만 파 내려가도 나오던 지하수가 100m 이상 파야 나온다거나 지하수가 부족해 대파 농사를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이 같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보 해체(세종·죽산·공주보) 및 상시 개방(백제·승촌보)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이에 앞서 지난 1월 이같은 처리 방안을 최종 확정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 처리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지 4년 만에 내놓은 결과다.
성지원 환경부 4대강 자연성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과장은 “수질 문제는 강수량 변화 및 상류 오염물질 증감 등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봐야 한다”며 “보 개방 이후 모래톱, 습지, 식생대 공간 등이 조성돼 멸종위기 야생 생물 등의 휴식지 기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