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증시에 새로 진입한 ‘주린이’ 10명 가운데 6명이 상승장에서도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이 급반등하면서 국민적인 주식 투자 열풍이 불었지만 많은 투자자가 재미를 보지 못한 셈이다. 지나치게 잦은 매매와 변동성이 큰 중소형 주식을 선호하는 점 등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3일 열린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 증가, 어떻게 볼 것인가’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국면의 개인투자자:거래 행태와 투자 성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급락한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국내 4개 대형 증권사를 이용하는 고객 총 20만 4,004명(개인투자자)의 진입 시기, 연령, 성별, 자산 규모별 성과가 담겼다.
◇‘1,000만 원 이하 굴리는 2030’이 동학 개미=코로나19 급락장에서 증시에 과감히 뛰어든 신규 투자자는 평균 투자금이 1,000만 원 이하인 2030이었다. 특히 연령대가 기존 투자자와 비교해 크게 낮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투자자는 20대가 전체의 8%, 30대가 23%였으나 신규 투자자는 20대 28%, 30대가 26%로 2030이 절반을 넘었다.
소액 투자자의 비율도 높았다. 기존 투자자의 경우 1,000만 원 이하 투자 자금이 47%에 불과한 데 반해 동학개미는 77%가 투자금 1,000만 원 이하였다. 성별은 여성 비율이 46%로 기존 투자자(35%)보다 크게 늘었다.
신규 투자자는 대형주 비중이 66%로 기존 투자자(54%)보다 높았으나 이 비중이 대형주의 시가총액 비중(81%)에는 미치지 못해 여전히 중소형주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업종별로는 정보기술(IT) 종목 보유 비중이 41%로 기존 투자자(31%)보다 높았다. 기존 투자자는 종목 수가 4개 이상인 투자자가 46%인 데 반해 신규투자자의 73%가 종목 수가 3개 이하였다. 잦은 매매도 관찰됐다. 기존 투자자의 일간 거래회전율은 6.5%, 동학 개미의 일간 거래회전율은 12.2%였다. 한 종목을 사면 기존 투자자는 15.4거래일을 보유하는 반면 동학 개미는 8.2거래일 만에 팔아 치웠다.
◇‘파이어족’ 꿈꿨지만 평균 성과는 ‘-1.2%’=조사 기간에 코스피는 1,457포인트에서 2,438포인트까지 80%가량 올랐다. 주변에서 투자 성공 사례가 쏟아졌지만 정작 코로나19로 급락장에 뛰어든 새내기 투자자의 성과는 5.9%에 불과했다. 여기에 거래세와 수수료를 포함한 성과는 -1.2%로 오히려 손실로 나타났다. ‘주린이’ 상당수는 사실상 손실을 봤다는 의미다. 반면 기존 투자자의 수익률은 18.8%로 거래 비용을 포함해도 15.0%에 달했다.
조사 대상 신규 투자자 중 62%가 손실을 봤다. 신규 투자자 중 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만, 투자 규모별로는 1억 원 이상만 수익을 냈다. 특히 신규 투자자는 연령대별 차이가 뚜렷했는데, 종목교체 빈도가 상대적으로 잦은 20대·남성·중소형주 투자자는 손실이 컸고, 고액을 투자해 대형주를 오랫동안 갖고 있는 경향이 강한 60대는 높은 수익을 거뒀다.
보고서는 △과잉 확신에 따른 잦은 매매 △복권형 주식(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저렴한 주식) 선호 △처분 효과(수익 상태인 주식을 빨리 매도해 이익을 실현하려는 경향) △단기 군집 거래(관심, 유행, 심리 변화 등에 따른 단기 거래) 등과 같은 동학 개미의 특성을 성과가 저조한 이유로 꼽았다.
김 연구위원은 “투자 자산 규모와 보유 종목 수, 대형주 비중은 투자 성과와 비례한 반면 거래회전율과 일중거래비중·종목교체율이 높을수록 초과 수익률이 낮았다”고 분석하며 “앞으로 개인투자자의 성과를 높이려면 중장기 자산 형성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사록 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