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올인’하며 성장해온 한국 반도체 산업이 심각한 불균형 상태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고도로 분업화돼 있지만 설계와 생산이라는 두 축을 고르게 발전시켜야만 기술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14일 시장 조사 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한 해 글로벌 팹리스 시장에서 1%에 불과한 점유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팹리스 시장점유율은 64%에 달했다. 한국의 경쟁 상대로 자주 언급되는 대만은 18%로 집계됐다.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설계 능력의 확충을 꾀하고 있는 중국은 15%였다. 한국의 이 같은 현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 그 가운데서도 생산을 중심으로 사세를 확장한 결과로 분석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설계 역량을 갖춘 팹리스로 실리콘웍스 정도만 언급되는 현실이 이번 조사에서도 반영된 것이다.
반면 한국의 종합반도체기업(IDM) 분야 시장점유율은 삼성·SK 등 IDM 영역에서 활약하는 기업들 덕분에 30%를 기록하며 미국(50%)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이 분야에서 유럽은 9%, 일본은 8%, 대만은 2% 수준으로 한국과 크게 차이가 났다. IC인사이츠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반도체 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큰 축인 IDM과 팹리스가 모두 고르게 발달한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고 짚었다. 미국은 총합 시장점유율이 55%로 집계됐다. 미국과 기술 패권을 두고 대결을 시작한 중국은 5%에 불과했다. 한국은 21%, 대만은 7%를 기록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