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 선에 머물던 코스피지수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약 2개월 반 만에 장 중 3,200 선을 다시 찍었다. 어닝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원화 강세와 채권 금리 안정, 그리고 공매도 재개에 대한 기대감, 연기금 리밸런싱 등이 외국인 자금을 유입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코스피는 전일보다 11.95포인트(0.38%) 오른 3,194.33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오전 코스피는 한때 3,204까지 올랐으나 장 후반에 상승 폭을 줄였다. 코스피가 장 중 3,200 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 1월 26일 이후 처음이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는 11거래일 가운데 10거래일 올랐고 지수가 마지막으로 3,000 선을 밑돌았던 3월 24일 이후로는 16거래일 가운데 13거래일이 상승했다.
최근 코스피지수를 이끈 것은 외국인투자가다. 외국인은 이달만 해도 2조 6,583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순매수 규모로만 보면 2019년 1월 이후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같은 기간 개인은 742억 원 매수하고, 기관이 2조 8,517억원 매도했다.
외국인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우선 국내 기업들의 실적 기대감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이달만 하더라도 삼성전자(005930)를 1조 281억 원어치 사들였고 SK하이닉스(000660)(3,180억 원), SK텔레콤(017670)(2,496억 원), LG전자(066570)(1,824억 원), LG화학(051910)(1,790억 원) 등을 매수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1분기 어닝 시즌에 돌입한 가운데 1분기 코스피 영업이익은 약 45조 2,00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6.3%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달 3일부터 재개될 공매도 역시 외국인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공매도가 1년가량 금지되며 외국인 자금의 헤지 수단이 제한됐으나 공매도 재개로 외국인의 순매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아울러 원화 강세, 채권 금리 안정, 역대 최고 수출액 기록 등의 영향을 받아 외국인들이 성장주가 많은 코스피시장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투자가들은 1분기 실적 기대를 기반으로 정보기술(IT), 신재생에너지, 인터넷 기업들의 매력도를 재평가하기 시작했다”며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액티브, 롱쇼트, 헤지 펀드 등 적극적인 투자 성향의 글로벌 유동성이 한국 증시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다음 달 연기금의 투자 비중 조정(리밸런싱)을 앞두고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앞서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의 전략적 자산 배분 허용 범위를 기존 2%에서 3%로 확대하기로 했다. 전략적 투자 비중 상한도 기존 18.8%에서 19.8%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연기금의 기계적인 대량 매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왔다.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국내 금리 상승, 선거 이슈 등을 기반으로 기존 주도주를 중심으로 매수를 확대하는 추세”라며 “자동차·전지 섹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코스피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