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시장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는 가운데, 기아의 박스형 경차 레이가 나홀로 질주를 하고 있다.
레이의 올 1분기 판매량은 7,879대로, 지난해 1분기보다 31.4% 늘었다. 월평균 2,626대가 판매된 것으로, 지난 3월에만 4,242대 계약 건수를 기록했다. 경차시장 수요 위축으로 월평균 판매량이 1,600~1,700대로 줄어들었다가 출시 직후인 2012년 수준(월평균 3,658대)의 판매량을 회복한 것이다.
최근 판매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한 것은 ‘차박(car camping)’ 열풍이 불면서다. 레이는 경차이긴 하지만 차체가 박스 형태여서 실내 공간이 넓은 편이다. 앞뒤 길이와 좌우 폭은 경차 규격을 넘지 않지만 높이가 1.7m로 커서 머리 공간에 여유가 있고 많은 짐도 수월하게 실을 수 있다.
또 합리적인 가격과 실용성으로 자녀를 통학시키는 부모, 개인사업자 등 다양한 고객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차종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SK엔카닷컴 사용자 데이터에 따르면 기아 레이는 30~40대 여성 고객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차량 1위를 기록해 2위 아반떼와 3위 스파크를 앞질렀다.
여성들의 엔트리카(생애 첫 차)로도 선택을 받고 있다. 레이는 2030세대 고객 비중이 41.3%로 다른 경차 모닝(20.9%), 스파크(33.9%)보다 높은 편이다. 이 중에서도 20대와 30대 여성고객 비중은 각각 61.2%, 43.8%에 달한다. 기아의 한 관계자는 “유니크한 박스카 디자인과 차박 트랜드로 젊은 세대에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며 “박스카 형태 덕분에 개방감(전방 시야각)과 높은 공간성까지 갖추고 있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레이는 개인사업자들에게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다마스·라보가 단종된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우선 박스카 형태 덕분에 차 옆면에 랩핑을 해서 독특한 디자인으로 움직이는 광고판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2열 슬라이딩 도어 형태로 편리하게 짐을 싣고 내릴 수 있어 자영업자들이 업무용으로 쓰기에 좋다는 평가다. 기아는 개인사업자 고객들을 겨냥하여 초기 6개월 월납입금이 없는 무이자 거치형 상품을 레이 밴(VAN) 차종에 한해 운영하고 있다.
/한동희 기자 d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