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 국책연구원장 인사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코드 맞춤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으로 홍장표 전 청와대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장을 내정하며 논란을 빚고 있음에도 코드 인사는 멈추지를 않는다.
19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따르면 원장후보자심사위원회를 열어 차기 산업연구원장 후보에 주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재훈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3인을, 차기 조세재정연구원장 후보에 김재진 조세연 명예선임연구위원, 손원익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객원교수, 심충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등 3인을 이사회에 추천했다. 두 연구원 모두 현 원장의 임기는 이달 26일까지다.
산업연구원장은 주 선임연구위원과 김 교수의 2파전으로 예상된다. 주 선임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 초대 중소벤처비서관을 역임했고 중소기업옴부즈만 자문위원, 산업연구원 중소벤처기업연구실장·부원장 등을 지냈다. 청와대 근무 이력에 지난해에는 중소기업연구원장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싱크탱크’인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정해구 현 연구회 이사장이 정책기획위원장 출신이어서 만만치 않은 대항마로 꼽힌다. 정권 출범 초 현 정부 ‘브레인’으로 불리는 학자들과 함께 포용국가연구회 소속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산업연 동향분석실장·부원장 등을 지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와 춘천고 동문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조세연 원장은 김 명예선임연구위원과 심 교수가 거론된다. 회계 전문가인 심 교수는 한국세무학회 회장, 한국조세연구포럼 학회장, 기재부 조세특례평가위원회 위원, 국세청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의원 등의 경력을 갖고 있다. 정통 조세재정 분야 전공이 아니기는 하나 김유찬 현 조세연 원장과 가깝고 지원 자체가 의외일 정도로 다크호스로 평가된다. 김 명예선임연구위원은 현 정부 초기 더불어민주당의 ‘공정과세 실현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고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파견 경력이 눈길을 끈다. 두 후보 모두 전통적인 경제학 연구자들이 포진하고 있는 내부 반발이 변수로 꼽힌다. 조세연 출신인 손 객원교수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R&D센터 원장과 한국재정학회 회장을 맡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했던 커리어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연구회 주변에서는 홍장표 부경대 교수의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내정 논란으로 눈에 띌 정도의 ‘낙하산’이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현 정부 정책 코드를 맞출 인사로 선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뚜렷한 유력 인물이 보이지 않아 재공모에 들어가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KDI·보건사회연구원·교육개발연구원 등의 경우 ‘알박기’라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선임 시기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연구회는 이달 중 이사회를 개최할 계획이나 일부 연구원장 선임은 다음 달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인사에 정통한 학계 관계자는 “전문성과 명성보다는 현 정부와의 코드와 내부 세평이 인사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황덕순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을 노동연구원장으로 임명했다. 차기 보건사회연구원 원장으로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한 이태수 꽃동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교육개발원장에는 현 정부 초대 교육문화비서관 출신인 김홍수 부산대 윤리교육학과 교수가 거론된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