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채권 금리 상승이 한풀 꺾였다. 3월 말 1.75%까지 올랐던 미국의 10년 만기 장기국채 금리는 최근 1.53%대로 내렸는데 지난해 말 대비 고점까지 상승의 약 4분의 1을 되돌린 셈이다. 이 때문인지 2~3월에 금리 상승을 이유로 내렸던 각국 주가는 내림 폭을 거의 만회했고 미국의 주요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에 금리가 오를 때만 해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곧 2%를 넘어 2.5%에 도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와 통화정책의 변화, 즉 중앙은행이 생각보다 빨리 유동성을 회수하거나 정책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어우러져 채권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실제로 3월 중 우리나라와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1.5%, 2.6%를 기록했는데 각각 지난 2018년 이후 거의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물가 상승 또는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는 그 자체로 채권을 보유한 입장에서 볼 때 악몽과 같은 일이다. 채권을 보유하면 물가와 관계없이 정해진 이자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가가 오르면 채권의 가치가 떨어진다. 금리가 오르는 것이다.
게다가 그에 못지않게 채권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통화 당국의 정책에 미칠 영향이다. 어느 나라든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물가가 생각보다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물가는 오르거나 내릴 것이라는 경제주체들의 기대만으로도 움직이는 변수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최근의 물가 움직임에 대해 면밀하게 관찰하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긴 흐름으로 볼 때 시장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크게 오르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주요국 장기 시장금리는 현재도 물가상승률보다 낮거나 조금 높은 수준에 불과하고 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물가가 오를 때 실질적인 가치가 떨어지는 채권을 왜 이렇게 낮은 금리, 즉 높은 가격에 보유하려고 할까. 즉 시장금리는 왜 역사적으로 이렇게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을까.
사실 금리의 장기적인 하향 추세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1980년대 초부터 주요국 금리는 계속해서 떨어져왔다. 대표적 금리인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980년대 초반 15% 이상이었지만 계속 하락해 최근 몇 년간은 높아야 2%대, 낮으면 1% 이하를 나타내고 있다. 10여 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도 4~5%대까지 올랐음을 감안하면 최근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의 추세 하락 기조는 유지돼왔던 것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