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롯데온에 재미있는 공지 사항이 올라왔다. “롯데슈퍼 ‘부산 장림점’과 ‘경주용황점’의 당일 배송을 종료합니다. 해당 지역은 ‘광주 풍암점’에서 택배 배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부 점포의 당일 배송 서비스가 종료되자 직선 거리만 수백 ㎞ 떨어진 타 지역 점포에서 배송을 대체하게 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롯데슈퍼를 비롯한 오프라인 업체들은 쿠팡 등 e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소비의 중심축이 이동하자 기존 점포를 활용한 배송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전국에 이미 구축된 점포를 활용해 쿠팡의 ‘로켓 배송’에 맞서겠다는 것은 오프라인 업체들로서는 최선이었다. 당장 쿠팡만큼 대형 물류센터를 지을 수는 없으니 기존 자산으로 저비용·고효율의 결과를 낼 방법이었다. 하지만 서비스를 선보인지 얼마 되지 않아 곳곳에서 허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라스트 마일’ 배송이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라는 점을 간과했다. 배달 대행업체와의 연계는 필수였고 그렇지 않은 점포는 자체 배송 인력을 마련해야 했다. 최근 점포 당일 배송을 시작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경우에도 일부 점포는 자체 배송 인력을 확보해야 했다. 상품 포장과 배송 상품을 적재할 여유 공간도 필요했다. 광주에 있는 점포가 부산과 경주 지역의 택배 배송을 책임져야 하는 것도 이러한 물리적 제약 때문이다. 쿠팡에 맞서 뛰어들었지만 여러 여건과 운영비 등을 고려할 때 당일 배송은 생각보다 효율적이지 않았고 그에 따른 비용과 부담, 서비스 품질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그렇다면 과연 기존 오프라인 업체들이 무리하게 당일 배송 서비스에 뛰어드는 것이 정답이었겠는가에 대한 질문이 뒤따른다. 쿠팡의 당일 배송, 새벽 배송 서비스는 분명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이었고 편리함을 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굳이 당장 필요하지 않은 생필품을 당일 새벽에 배송 기사들의 수고 속에 받을 필요가 있었을까’에 대한 고민도 나온다. 배송 기사들의 노동문제도 끊이지 않고 거론된다. 배송은 효율의 문제다. 빠른 것이 정답은 아니다. 업체·상품·고객별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송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먼저일 것이다.
/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