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정글북





‘정글북(The Jungle Book)’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모험심을 길러주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늑대에 의해 길러진 소년이 정글의 지도자가 됐다가 성인이 돼 인간을 만나러 정글을 떠난다는 줄거리다. 특히 도구를 활용할 줄 아는 영민한 인간 모글리가 정글의 평화를 깨는 호랑이 등에 맞서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장면들이 감동을 준다. 디즈니는 이 원작을 토대로 애니메이션 영화와 실사 영화를 각각 두 번씩 제작했다.



영국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1865~1936)은 이 작품으로 1907년 역대 최연소이자 영어권 국가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나 영국과 인도를 오가며 체득한 다양한 경험을 여기에 녹였다. 미국인 소설가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가 쓴 비슷한 이야기의 ‘타잔’은 정글북보다 18년 뒤에 나왔다. 정글북의 배경이 인도의 정글인데 타잔의 배경은 아프리카 밀림이다. 키플링은 백인이 미개한 인종들을 교화하는 의무를 가졌다는 내용의 시를 써서 제국주의를 미화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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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를 지지하는 서방국들에 대해 “레드 라인을 넘지 말라”고 위협했다. 그는 21일 국정 연설에서 정글북을 인용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과 이에 보조를 맞추는 유럽연합(EU) 일부 국가들을 겨냥해 “주인(미국)에게 잘 보이려 짖어댄다”고 공격했다. 푸틴은 안에서는 나발니 석방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 밖에서는 서방 진영의 외교적 압박으로 코너에 몰리고 있다. 푸틴은 연설에서 미국이 호랑이(시어칸), EU 국가들이 승냥이(타바키)라면 러시아는 정글의 평화를 이끄는 모글리라고 주장한 셈이다. 독재자의 적반하장이다.

푸틴은 지난해 대통령 3연임 금지 조항을 자신에게는 예외로 하는 개헌을 강행하는 등 사실상 종신 독재 체제를 굳혔다. 러시아가 대통령직선제와 다당제 등 외형을 갖췄지만 이제는 누구도 민주국가로 보지 않는다. 전 세계가 평화를 지키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자유·인권·법치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민주주의 동맹’으로 뭉치고 한국도 적극 동참해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오현환 논설위원 hhoh@sedaily.com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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