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지원 끊긴 ESS기업, 해외 내몰려…그린수소 생산은 꿈도 못 꿔

[과속 탄소중립 길 잃은 신재생]

< 상 > 신재생·수소경제 '핵심' 출발부터 삐걱

  잇따른 화재에 육성책 안보여 생태계 '고사' 위기

  10곳 중 6곳은 안방 수주 포기…글로벌 개척 나서

  "신재생 발전변동성 보완 위해 ESS 역할 확대해야"





“지난해부터 국내 시장은 놔두고 사실상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서울경제와 만난 에너지저장장치(ESS) 업체 관계자는 국내 ESS 시장이 화재 우려 및 관련 지원책 일몰로 급격히 축소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삼성SDI는 최근 대만 국영 전력 기업인 TPC에 내년까지 100㎿의 ESS를 공급하기로 하는 등 국내 ESS 업계의 해외 수주 낭보는 잇따르는 반면 관련 국내 시장은 얼어붙은 상태다. 한국전기산업진흥회에 따르면 국내 ESS 업체 10곳 중 6곳 정도가 지난해 신규 사업 수주에 실패하거나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ESS는 특정 기후나 설치 지역 등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좌우되는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상당 부분 보완해줄 수 있다. 특히 정부가 ‘9차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지난 2019년 6.5%에서 오는 2030년 20.8%로 끌어올리기로 한 만큼 ESS 보급 확대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미래 에너지원인 수소 생태계에도 핵심 고리다. 신재생에너지에서 ESS에 저장된 전기는 수전해에 활용돼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26일 시장 조사 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에서 미국을 포함한 북미 지역의 비중은 2018년 16%에서 2025년 28%로 껑충 뛸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일본 또한 같은 기간 비중이 각각 12%→23%, 4%→7%로 높아진다. 발전량 기준 글로벌 ESS 시장 규모 역시 2018년 11.6GWh 규모에서 2030년 179.7GWh로 16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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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이 글로벌 ESS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47%에서 2025년 6%로 급격히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용량(㎿h) 기준 ESS 신규 설치 규모는 2018년 3,787㎿h에서 올 1분기 기준 98㎿h로 급격히 즐어들며 시장에서는 ESS가 국내에서 퇴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 같은 국내 ESS 시장 위축은 지금도 계속되는 ESS 관련 화재와 정부의 낮은 ESS 육성 의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실제 국회 예산처는 지난해 내놓은 ‘ESS 보급 정책의 문제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경제성에 대한 고려 없는 ESS 보급 정책 △ESS 관련 화재 △ESS와 재생에너지 간 연계 수요 관리 기능 부족 등을 국내 ESS 정책의 문제점으로 꼽기도 했다.

이 중 ESS 관련 화재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이어지며 올해에만 2건이 발생해 업계의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ESS 화재로 지난해에는 관련 사업자의 18.4%인 436곳이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정부는 ESS 화재와 관련해 옥내 80%, 옥외 90% 등의 충전율 안전 기준치를 제시했지만 사업자들은 가뜩이나 ESS 관련 사업성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ESS 충전율 하향으로 시장이 더욱 쪼그라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진규 전 ESS협회장은 “ESS 화재 사고 발생 이후 산업통상자원부의 ESS 관련 진흥책이 보이지 않고 있는 만큼 ESS 화재 문제에 대한 정부의 보다 명확한 설명과 대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변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ESS의 역할 확대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ESS 보급을 늘리면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다”며 “ESS 등을 포함한 현재 전력 계통이 소화할 수 있는 전력 수요를 면밀히 분석해 전력 공급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의 가파른 공급량을 감안하면 새로운 형태의 ESS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용훈 KAIST 원자력 양자공학과 교수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ESS의 가격 부담과 저장 용량 등의 한계를 감안하면 신규 기술 개발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저장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소경제 구축을 위해 ESS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ESS에 저장한 뒤 이를 바탕으로 수전해 기반의 수소를 만들어 연료전지로 발전까지 할 경우 ESS 저장 용량과 관련된 과충전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10% 이하의 효율을 보이는 수전해 장비의 낮은 경제성 등을 감안하면 관련 기술 고도화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세종=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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