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계약 대수만 4만여대에 달하는 현대자동차의 첫 전용전기차 아이오닉5의 출고가 시작됐다. 다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 등 여러 악재가 터지면서 계약물량을 소화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계약 물량이 발생할 수 있어 계약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날 아이오닉5의 사전계약 물량부터 순번대로 출고를 시작했다. 지난 2월25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아이오닉5는 첫날 2만3,760대라는 신기록을 세운 이후 총 4만여대가 사전계약됐다. 그러나 양산에 들어간 지 약 보름만에 아이오닉 5의 구동모터를 생산하는 현대모비스의 설비 일부에 문제가 발생하며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또 지난 7∼14일에는 울산1공장 휴업으로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의 이달 생산 계획을 당초 1만대에서 2,600대로 축소했다. 다만 아직까지도 구동모터 납품은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까지 겹치면서 아이오닉 5의 생산 정체가 연말쯤에 해소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현대차는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는 전사 차원에서 부품을 관리하고 재고를 확보한 덕에 생산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반도체 부품이 조기 소진됨에 따라 5월이 '보릿고개'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통상 전기차에는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2∼3배 더 많은 반도체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큰 문제는 전기차 보조금이다. 통상 전기차 보조금은 국고 보조금에 지역 보조금이 더해지는 형태로, 차량 구매 계약을 맺은 뒤에만 신청할 수 있으며 접수 시점 기준으로 2개월 내에 차량이 출고돼야 한다. 그러나 출고 전에 지자체의 보조금이 소진되면 국고 보조금이 남아 있더라도 지역 보조금 혜택은 받을 수 없다. 생산 지연으로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계약 물량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전기차 수요가 높은 서울과 부산은 보조금 소진 속도가 빨라 아이오닉 5 예비 차주들의 우려가 크다.
환경부에 따르면 28일 기준 서울의 전기승용차 보조금 지급 공고 대수 대비 접수율(보조금 신청)은 80.2%이며 부산은 58.4%다.
지난달 보조금 지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마자 테슬라가 3,000여대 분량을 쓸어간데다 다음달 중 모델Y의 인도가 예상되면서 보조금 소진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에는 서울시를 비롯해 부산과 세종 등 주요 지자체의 보조금이 9월 말까지 대부분 소진됐다. 이에 사전계약 했거나 이미 계약하고도 인도가 늦어져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이에 환경부는 "전기차 보조금은 우선순위·법인·일반으로 나뉘어 있는데, 서울·부산 모두 법인은 초과됐지만 일반 신청 물량은 아직 여유롭다”며 “지자체와 추경을 협의중” 이라고 덧붙였다.
/김민혁 기자 mineg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