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차가운 이성으로 보라, 인류의 환경위기를…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인간의 종말·대혼란의 시대

오염·생태계 파괴로 인한 대멸종 경고 속

과잉해석·안일한 대응·무책임 등도 지적

팩트 체크·현실적 책임 부과 해법 찾아야





‘지난 다섯 번의 대멸종은 전지구적 기후 변화, 외계 물체의 지구 충돌을 비롯한 여러 요인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금 우리는 여섯 번째 대멸종의 한복판에 서 있다.’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로툰다홀에 설치돼 있는 동판 속 문구다. 문구를 발견하는 순간 즐거운 마음으로 박물관을 찾았던 방문객의 표정은 어두워질 수 밖에 없다. 과거 덩치 큰 공룡처럼 인간도 지구 상에서 사라져가는 중이라고 하니 말이다. 백악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멸종 생명체의 사례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도도새, 파란 영양, 독도 강치, 큰바다쇠오리 등이 모두 근래에 사라진 생명체다. 이들의 뒤를 인간이 이을 수 있다는 경고는 불안감에 죄책감까지 얹어 준다.

이 때문에 인간이 자초한 환경 위기에 대한 담론이 과학, 정치, 사회, 문학 전반에 걸쳐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최근 출간된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부키 펴냄)’ ‘인간의 종말(해리북스 펴냄)’ ‘대혼란의 시대(에코리브르 펴냄)’ 등의 신간은 그 고민의 산물이다. 인류가 처한 환경 위기에 대한 관점과 접근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현재의 위기를 진지하고 냉정하게 바라보자는 호소만은 같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미국 환경 운동가 마이클 셸런버거의 관점은 다른 환경 운동가들과 다르다. 그는 환경 종말론자들의 과장 화법에 반대한다. 신간에서 저자는 ‘지금 채식하지 않는 당신은 기후변화의 공범’과 같은 검증되지 않은 자극적 주장이 오히려 환경 위기를 조장한다고 말한다. 기후 변화는 현실이고 인류는 환경 보호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하지만,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극적 환경 종말론에서 벗어나 팩트체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이 바다 거북을 죽인다고 하지만 플라스틱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안경, 빗, 상자 등을 만들기 위해 훨씬 많은 바다 거북을 잡아 죽였다고 그는 지적한다.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과도하게 부풀려 탈원전을 주장하는 목소리에도 적극 반대한다. 탈원전, 반핵 운동가들은 신재생에너지가 있으니 원자력은 필요 없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 “원전이 없으면 화석 연료 발전소가 반드시 필요해진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는 원전 사고에 따른 피해 수치가 어떻게 부풀려져 활용되는 지를 설명하고, 일부 탈원전 운동 단체들이 화석 연료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기도 한다고 폭로한다.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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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종말=‘지구를 위한다는 착각’과 달리 여섯 번째 대멸종 가능성을 절박하게 여기는 책이다. 독일의 환경 전문 저널리스트인 디르크 슈텐페스와 프리츠 하베쿠스의 공저로, 이들은 “멸종은 진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면서도 “문제는 그 속도에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종의 멸종 속도가 진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반적 속도보다 100배, 어쩌면 1,000배 빠르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북극곰이나 코알라, 판다 등 익숙한 몇몇 종의 위기를 걱정하지만, 실상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종들의 멸종이 더 큰 문제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유례 없는 소멸 속도가 가져올 파국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저자들은 생태 위기를 호소해봐야 쇠 귀에 경 읽기에 그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아예 자본주의 방식을 위기 탈출 해법으로 변형해서 적용하자고 제안한다. 환경 관련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 생태 관세를 부과하고, 강과 숲 같은 자연과 동물에 법인의 권리를 부여해 이들을 파괴한 인간이나 기업을 법정에 세울 수 있도록 하자는 식이다. 저자들은 “지구가 존재하는 한 자연은 어떤 식으로든 존재할 것”이라며 “다만 사라지는 건 우리”라고 대멸종 위기를 경고한다. 1만6,800원.



■대혼란의 시대=과학자나 환경 전문가가 아닌 작가의 시선에서 환경 위기의 문제점을 다룬 책이다. 저자 아미타브 고시는 ‘유리궁전’ 등의 소설 작품으로 알려진 인도 출신 작가다. 그는 당면한 기후 위기 앞에서 문학, 역사, 정치가 모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세 가지 문화 양식이 하나같이 기후 변화를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기는 탓에 사람들이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 즉 상상력을 적극적으로 발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문학은 기후 문제를 판타지 소설, 공상 과학 소설에 넘겨버리고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역사에 관한 글쓰기에서도 기후 위기가 지나치게 단순화 되곤 한다고 말한다. 공적 영역인 정치에서도 기후 문제는 집단적 실천의 장 역할을 하지 못하고 그저 개인의 도덕적 모험 정도로만 치부된다. 저자는 “실천을 위한 투쟁은 분명 지난하고 벅차며 그 투쟁을 통해 무엇을 성취하든 기후변화로 인한 심각하고 파괴적인 결과는 돌이키기에 너무 늦을 것”이라면서도 “그 투쟁 과정에서 더 밝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세대가 출현하리라 믿고 싶다”고 사고와 행동 변화를 촉구한다. 1만5,000원.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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