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8년새 전국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집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점 멀어지게만 느껴진다.
그런데 이런 상황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부동산경매'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와 예비 주택 소유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 경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서울경제신문 부동산 매체 ‘집슐랭’은 지난 9일 ‘파이팅팔콘'으로 불리는 ‘경매 권리분석 이렇게 쉬웠어?’의 저자이자 부동산 경매 전문가, 박희철 원인베스트 총괄이사를 만나 부동산 경매의 시작에 대한 다양한 조언을 들었다.
다음은 박 이사와 서울경제신문 부동산 유튜브 채널 ‘집슐랭’이 나눈 문답이다.
▲추천하는 경매 사이트?
□유료 사이트가 잘 돼 있다. 대표적인 사이트는 지지옥션, 굿옥션, 탱크옥션이 있다. 이런 유료 사이트는 한 달 이용료 대략 3~5만 원 사이로 이용료를 내면 권리분석, 현장 분석, 세대 열람까지 다 해준다. 때문에 아주 편하게 볼 수 있다.
▲경매 시작 전, 해야 하는 공부법?
□내가 할 수 있는 책, 정말 쉬운 책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10년 전 군인이었을 당시 제대하기 직전 재테크를 하고 싶었다. 서점에서 경매 관련 서적을 읽고 부동산 경매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권리분석 책을 구매했다. 경매는 어렵다고 생각해서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던 중 ‘진짜 어렵다. 역시 나 같은 사람은 하는 게 아니다’라고 느껴 공부를 포기했다. 이후 3년이 지나 우연한 기회로 책을 다시 보게 됐고 그때 생각했다. ‘내가 너무 부동산 경매를 어렵게 생각했나? 완벽하게 알고 투자하려는 욕심을 부렸나?’라고 말이다. 그때부터 할 수 있는 쉬운 책부터 차근차근 시작했고 현재 지금과 같은 전문가가 됐다. 할 수 있는 쉬운 책 위주로 한 두 권씩 읽어보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경매 시작 전, 마음가짐?
□경매는 어려워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경매는 ‘스포츠’라고 생각해야 한다. 룰을 알기 위해 공부를 하고 직접 경기를 뛰며 실력이 느는 스포츠처럼 경매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인 것은 책으로 알고 나머지는 부동산을 직접 찾아가거나 입찰을 해보거나 하는 실전으로 배워야 한다.
만약 공부만 한다면, 경매를 엄청나게 잘 할 것 같다고 돈을 많이 벌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권리분석은 아무것도 아니다. 필드에서 직접 물건을 선택하고 임장을 해보고 입찰해보는 것과 다르다. 실행하다 보면 사람마다 운동 방법이 다르듯 부동산 투자 성향 또한 알 수 있다. 대부분 투자 성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험에 따라 정해진다. 예를 들어 빌라에 살아본 사람은 ‘빌라도 돈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빌라는 돈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준비가 된다면 실행에 바로 옮기는 것이 현명한 경매 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파이팅팔콘' 박희철의 첫 케이스?
□나도 용기가 넘치는 사람이 아니라 너무 불안했다. 빌라 경매도 계속 도전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하지만 운 좋게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에 있는 아파트를 낙찰받았다. 감정가 5억 원 정도로 4억 3,000만 원 정도에 낙찰받았다. 그중 대출 80~85% 정도 받아 자산은 1억 원 정도 들었다. ‘안 되면 내가 들어가서 살아야지’라는 생각으로 낙찰받았지만, 초보니까 무서워 바로 단기매매와 전·월세를 내놨다. 다행히 보증금 1억 원, 월세 130만 원으로 바로 월세가 맞춰졌다.
낙찰받은 후 1년 뒤 첫 번째 아파트를 5억 원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순수익 4,000만 원 정도 벌었다. 믿기지가 않았다.
두 번째 물건은 안 해본 단기매매를 시도하고자 했다. 첫 물건 처리 후 정말 배운 대로 실행이 된다고 생각해 여러 경험을 해보기 위해서였다. 임차인이 이미 이사 준비를 하고 있어 일주일 만에 명도가 끝나고 잔금을 치르기도 전에 매매 계약이 이뤄졌다. 소유권을 이전한 다음 날 바로 매각했다. 낙찰받고 매각까지 걸린 기간은 총 한 달이다.
짧은 한 달 동안 3,000만 원을 벌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시장이 급상승해서 몇 천 정도는 별것 아니라 생각할 수 있지만 플랫한 부동산 시장인 그 당시로 보면 엄청난 거였다.
4,000만 원, 3,000만 원을 번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군대에서 10년 근무하고 퇴직금으로 8,000만 원 가까이 받았다. 한 달에 200만 원 저금하기 힘들어 카드도 다 잘랐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그 느낌 때문에 경매를 꾸준히 하는 것 같다.
▲회사원, 경매가 정답?
□그렇다. 그 말은 부동산 전문 투자자가 아닌 부동산 재테크를 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기 일을 너무 하고 싶지만, 돈이 안 돼 재테크 개념으로 경매 강의를 수강하는 애니메이션 그래픽 디자이너분이 있었다. 이런 분들께 부동산 재테크로 경매를 추천한다.
회사원에게 ‘경매가 재테크가 될 수 있다’고 말한 이유는 쉽기 때문이다. 권리분석은 한 시간만 배우면 한 달에 30개는 꾸준히 입찰할 수 있다. 임장은 우선 지역 중 섹터를 정하고 그곳의 부동산을 찾아가 진행되는 물건, 예전 물건을 돌아보며 상황 파악을 한다. 이후 같은 부동산에 찾아가면 부동산 사장님은 정말 투자하는 사람이라 믿어 태도가 달라진다. “여기는 꼭 받아올게요”라고 말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된다. 그러면 임장을 가지 않고 전화만 하면 된다. 입찰도 ‘공매’라는 것이 있어 편하다. ‘온비드’라는 인터넷 입찰로 해 스마트폰으로 5분이면 입찰할 수 있다.
또한 경매는 부담감이 적다. 현재 뜨고 있는 주식의 경우 날아가면 끝이다. 경매는 어쨌든 시세 대비 싸게 받기도 하고 날아가더라도 내 몫은 남아있는 버퍼존이 있다. 단편적인 예로 지금까지 땅값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 상승세인 경우가 있다.
따라서 경매는 재테크로 좋은 틀이라 생각한다. 잘못된 접근 방법과 잘못된 개념으로 오해를 하는 분들이 있어 안타깝다.
/고다연 기자 god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