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김오수 후보자(전 법무부 차관)를 차기 검찰총장으로 ‘낙점’하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예상된 시나리오’라는 반응이 나왔다. 검찰총장 후보 ‘1순위’로 거론됐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다소 가렸지만 김 후보자도 ‘친(親)정부’ 인사로 자주 이름이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18년 6월 이후 2년 동안 법무부 차관으로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손발을 맞췄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3명의 장관이 교체됐으나 차관 자리는 바뀌지 않았다. 퇴임 이후 금융감독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감사원 감사위원 등 다수 요직의 하마평에 거론된 것도 그였다. 청와대가 역대 검찰총장 역사상 처음으로 ‘기수 역전’까지 감수하면서 김 후보자를 선택한 이유다. 청와대의 “(여러 분야에 추천된 점이)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갖췄다는 방증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전직 검찰총장보다) 기수가 높다는 게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 이를 뒷받침한다.
차기 검찰총장 선임 이후 이뤄질 검사장급 이상 고위 검찰 인사에서 이 지검장의 유임이나 승진이 점쳐지고 있어 결국 문재인 정부가 대선을 1년여 앞두고 ‘김오수-이성윤’이라는 이른바 ‘정권 수호대’를 꾸릴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청와대가 김 후보자를 차기 검찰총장에 지명한 배경으로 검찰 조직 안정화, 검찰 개혁 완수를 내걸고 있으나 결국 실상은 ‘현 정부를 끝까지 지킬 마지막 호위무사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4파전’ 압축부터 ‘예측 가능 결과’=법조계 안팎에서는 후보군이 ‘4파전’으로 압축될 때부터 이미 김 후보자의 ‘낙승’이 점쳐졌다. 조국 전 장관 수사에서 ‘윤석열 당시 총장을 제외하고 수사팀을 꾸리자’는 제안을 하는 등 친정부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감사원 감사위원(차관급) 추천 때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친정부 인사라서 안 된다’며 거부하기도 했다. 이는 이 지검장이 중도 탈락하면서 김 후보자가 현 정부가 앞으로 함께할 이른바 ‘믿을 맨’으로 꼽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반면 그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모두 윤 전 총장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구본선 광주고검장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대검 차장검사로 근무하면서 윤 전 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이후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바통을 이어받아 윤 전 총장이 검찰을 떠날 때까지 곁을 지켰다. 배성범 법무연수원장은 ‘윤석열 체제’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내며 조 전 장관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4명 후보 선정이 ‘김 후보자를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이유다.
검찰 사정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체적으로 1강(김 후보자), 2중(구 고검장·조 대검 차장), 1약(배 연수원장)이라는 시각이었다”며 “결국 친정부 색을 입힌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데도 정부는 김 후보자를 강행했다”고 분석했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한 변호사도 “검찰 개혁을 앞에 내세우고 있으나 속은 끝까지 정권을 지킬 인물을 선택한 듯 보인다”며 “앞으로 관건은 검찰 내에서 김 후보자 임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반응”이라고 말했다.
◇첫 시험대는 고위직 인사=김 후보자를 차기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것이 결국 현 정부에 ‘약’보다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그 시험대로 검찰총장 임명 이후 이뤄질 검사장급 이상 고위직 인사가 꼽힌다. 인사에서 이 지검장의 앞으로 거취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검장에 대해 가장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은 유임이다. 일각에서는 고검장 승진에 따른 서울고검장, 대검 차장으로 이동도 점쳐진다. 현 정부가 이를 통해 김 후보자, 이 지검장을 주축으로 한 막강 방어진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총장 임명, 고위직 인사 이후 검사들의 반발 움직임이 일면서 검찰이 또 한번의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는 “김 후보자가 앞서 청와대 등을 감싸는 행동을 많이 한 탓에 젊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이런 사람이 오면 검찰이 정치화될 수 있다’는 비판과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법무부 차관 당시 때와 달라진 점이 없다면 검찰 내부에서는 뻔히 반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이미 정당성을 잃은 이 지검장이 유임되거나 승진하는 등 계속 남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 대목”이라며 “김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서 인사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에 따라 연착륙하느냐, 험로를 가느냐가 갈릴 수 있다”고 밝혔다.
/안현덕·이진석 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