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던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하는 LG전자가 전장(VS)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7월 출범을 앞둔 마그나 인터내셔널과의 합작 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의 ‘애플카’ 수주 가능성도 연이어 제기되며 전장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LG전자는 합작 법인에서 ‘연 매출 50% 이상 성장’이라는 야심찬 포부를 밝힌 만큼 업계에서는 합작 법인에서만 4년 내 2조 원대의 매출이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LG전자는 지난달 29일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캐나다 자동차 부품 업체인 마그나와 설립한 합작 법인의 매출 성장률이 “2025년까지 연평균 50% 이상일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합작 법인의 올해 매출을 5,000억 원 규모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회사 측이 밝힌 연평균 성장률 50%를 적용하면 내년 7,500억 원을 넘어 2023년에는 매출이 1조 원대로 올라오게 된다. 2025년에는 2조 5,000억 원대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적자를 이어오던 전장 사업 본부도 오는 하반기부터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LG전자의 이 같은 자신감의 배경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자리한다. 올해 1,500만 대 수준인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는 2025년 4,000만 대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 사업 규모는 지난해 10조 원 수준에서 2025년까지 연평균 35% 성장세가 전망된다.
LG전자는 이미 GM의 전기차에 구동 모터와 인버터 등 핵심 부품 수주권을 따내는 등 전장 사업의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전기차 부품의 부가가치는 더욱 높아지는 상황에서 각종 글로벌 차량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LG전자에 세계 3위 부품업체인 마그나의 위상이 더해 시너지 효과가 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LG전자가 제시한 ‘연평균 50% 이상 성장’은 시장의 평균 성장세를 뛰어 넘는 규모다. 여기에는 마그나가 갖고 있던 생산력을 바탕으로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를 포함해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 있다. LG-마그나 합작 법인이 애플카 협력 업체 후보로 급부상한 것은 스와미 코타기리 마그나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이 결정적이었다. 코타기리 CEO는 지난 3월 현대차·기아,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의 애플카 협력이 무산된 후 자동차 애널리스트 협회 행사에서 “애플을 위한 차량을 제작할 준비가 돼 있고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 교수는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은 수평적 협력 관계를 원하는 데 반해 애플은 부품을 수직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부품 업체를 택하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본격적인 수익성은 2024년 이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애플카를 수주한다고 해도 초반에는 그 규모가 크지 않을 수 있으며 이밖에 다른 신규 프로젝트를 따내 양산이 이뤄지기까지 리드타임을 고려하면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LG전자가 배터리 분리막 공장을 LG화학에 매각하는 방안도 주력 산업인 가전과 미래 성장 사업인 전장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회사는 2009년부터 진행해온 이차전지 분리막 사업을 LG화학에 이관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LG화학의 분리막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충북 청주, 폴란드에서 분리막을 생산해왔는데 이를 LG화학에 완전히 넘기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