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한 경찰관들이 접종 후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사례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백신 접종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내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백신을 맞은 후 일시적으로 반신마비가 온 경찰관에 대해 경찰 간부가 백신 연관성을 배제하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비판이 더 커지고 있다.
4일 전북경찰청 직장협의회 측 관계자는 "어제 보도가 나간 이후 내부적으로 큰 동요가 있었다"면서 "강요에 의해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 반응이 나오는 AZ 백신을 접종받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안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북 외 일부 지역에서는 부서별로 접종률이 낮을 경우 관리자가 이를 거론하는 사례도 있었다"면서 "이는 사실상 강요라고 볼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날 전북경찰청 김제경찰서 소속 A 경감(55)이 백신 접종 후 마비 증상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사실이 언론보도로 알려지자 한 경찰 간부가 “백신과 마비의 인과관계는 없다는 게 의료진의 소견이다”라고 발언해 경찰 내부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간부는 "해당 경찰관은 평소 부정맥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백신으로 인한 이상 질환이면) 동맥에 혈전이 발생해야 하는데 환자는 정맥에 생겼다"는 의료진의 소견을 언론에 전했다. 이에 대해 일선 경찰관들은 보건 당국의 역학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일부 의료진의 소견을 토대로 백신과의 연관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발언을 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경찰관들이 많이 이용하는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맞으라고 강요해놓고 잘못되면 각자 책임이다', '권유는 했지만, 강요는 안 했다' 등 백신 접종에 따른 이상 반응이 각자의 책임이라는 식의 글이 줄지어 게시됐다. 실제 한 SNS 게시판에는 '무조건 아니라고만 하는 거냐', '그럴 줄 알았다. A 경감 건강한 사람이었는데 관련 없다고 하다니', '건강한 사람이 백신 접종 이후 이상이 왔는데, 관련 없다고 하니 참 기가 막힌다' 등 이번 사안에 대한 비판 댓글이 달렸다.
백신 접종에 대한 경찰 내부의 불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 26일 화상회의에 참석한 전국 시도경찰청장들에게 직원들이 접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라고 지시하면서 지휘부가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북도 보건당국은 오는 5일 A 경감의 이상 증세와 백신 연관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심층 역학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질병관리청 발표는 다음 주께야 나올 전망이다. 현재 A 경감은 현재는 오른쪽 팔과 발을 조금 움직이는 등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50대 경찰관이 백신 접종을 받은 뒤 안면마비 증상과 함께 뇌출혈 의심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으나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고, 일산서부경찰서 소속의 한 50대 경찰관도 호흡곤란 증세로 치료를 받고 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