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文, 모욕죄 고소 취하했지만..."허위사실 유포하면 또 고소할 수도"

"대통령 본인과 가족에 대한 혐오 표현은 용인했다"

"하지만 이 사안은 남북관계, 국격, 국민명예 해쳐"

"악의적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성찰 계기 되길 바라"

"앞으로도 사안 경중 따라 고소 가능성 열려 있어"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비방하는 전단을 배포한 30대 남성 김모씨에 대한 처벌 의사를 철회했다. 다만 앞으로도 사실관계가 잘못된 악의적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또 고소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남겼다. 시민을 고소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판단으로 철회한 것은 아닌 셈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4일 춘추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2019년 전단 배포에 의한 모욕죄와 관련하여 처벌 의사를 철회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본인과 가족들에 대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혐오스러운 표현도,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용인해 왔다”며 “그렇지만 이 사안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혐오와 조롱을 떠나 일본 극우주간지 표현을 무차별적으로 인용하는 등 국격과 국민의 명예, 남북관계 등 국가의 미래에 미치는 해악을 고려하여 대응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하지만 주권자인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으로서 모욕적인 표현을 감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용해 이번 사안에 대한 처벌 의사 철회를 지시한 것”이라며 “앞으로 명백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정부에 대한 신뢰를 의도적으로 훼손하고,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서는 적어도 사실 관계를 바로잡는다는 취지에서 개별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하여 결정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국격과 국민의 명예, 국가의 미래에 악영향을 미치는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신중하게 판단한다’는 뜻은 모욕죄로 고소할 일이 있으면 또 다시 고소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냐”는 질문에 “앞으로 그 사안의 경중이나 정도에 따라서 (고소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보시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다른 고소 건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까지 알려진 것은 없다”며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앞서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달 28일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을 배포한 30대 남성 김모씨를 모욕 등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2019년 7월 여의도 국회의사당 분수대 인근에서 문 대통령 등을 비판·비방하는 내용의 전단 뭉치를 뿌린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고소인을 밝히지 않았으나 모욕죄는 친고죄(피해자나 법정 대리인이 직접 고소해야 기소할 수 있는 범죄)여서 문 대통령 본인이나 대리인이 고소장을 냈을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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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청와대는 전단 내용이 도를 넘은 비판이라 넘어갈 수 없는 사안으로 판단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문 대통령의 대리인이 고소장을 냈다는 것이다.

김씨가 살포한 전단지에는 문 대통령을 ‘북조선의 개’라고 비하하는 내용이 실렸다. 뒷면에는 ‘2020 응답하라 친일파 후손’이라는 문구와 함께 문 대통령,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정동영 전 민주평화당 대표, 홍영표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사진과 이들의 아버지 등이 일제강점기 당시 친일행동을 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문 대통령 측의 고소 사실이 알려지자 각계각층에서 비판이 이어졌다. 권력에 대한 비판과 표현의 자유를 대통령이 나서서 억압했다는 지적이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도 재조명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교회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17년 대선 당시에도 한 방송에 출연해 모욕을 참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참아야죠, 뭐. 국민은 얼마든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죠. 그래서 국민이 불만을 해소할 수 있고 위안이 된다면 그것도 좋은 일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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