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 메타버스 대통령을 꿈꾸는 세상

원하는 모든 것 실현되는 가상공간

비대면 시대에 갈수록 영향력 커져

현실과의 차이점 분별할 수 있도록

'메타버스 리터러시' 고민해야 할때





한 지인이 새 학기를 맞은 초등학생 딸에게 반장 선거에 나가는 게 어떠냐고 물었는데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다. 힘들기만 하고 별로 재미도 없는 반장은 왜 하냐는 것이었다. 딸은 학교 반장 대신 로블록스 공간에서 반장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요즘 초등학생에게서 가장 핫한 공간 중 하나가 로블록스다. 미국의 경우 초등학생 네 명 중 세 명이 로블록스를 즐기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미 많은 초등학생과 10대가 로블록스에 열광하고 있다. 로블록스의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인 ‘입양하세요’의 경우 동시 접속자 수가 200만 명을 육박하기도 한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등에 업은 로블록스는 지난 3월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시총이 450억 달러(약 51조 원)로 치솟아 월가에서 화제가 됐다. 미 증시에 로블록스가 상장하기 전 유튜브 공간에서 증시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 분석을 내놓아 웬만한 서학 개미들은 이미 메타버스와 로블록스의 가치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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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엇이 꿈나무 세대를 메타버스 공간으로 이끄는 것일까. 많은 미래학자들이 분석과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투자자의 관점이 아니라 부모로서도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로 대인 활동이 제한받으면서 가상공간에서 사회적 유대 관계의 의미가 커졌고 이런 비대면 사회가 확산되면서 메타버스 공간의 가치와 힘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예측이다.

미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정치인들에게도 메타버스는 좋은 소재다. 메타버스와 연관된 미래 전략 키워드를 발굴해내기 위해 머리를 짜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분명한 것은 메타버스 시대가 미래학자나 정치인들의 선언적인 문구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2018년 개봉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메타버스 가상 세계가 게임 공간만이 아니라 미래의 일상 현실이 될 것이라는 점을 펼쳐보였다.

초등학생들이 교실의 반장이 아닌 메타버스 공간의 반장을 희망하는 것은 당연한 시대 변화일지 모른다. 그들은 교실에서 기성세대가 그리는 틀에 박힌 리더십의 모습을 흉내 내는 데는 관심이 덜하다. 어설픈 기성세대 리더의 복제품이 되기보다는 자신의 스타일과 개성을 뽐내면서 다른 이들에게 매력적인 대상으로 보이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리더가 되기를 원한다. 어떤 이들은 로벅스(로블록스 코인)로 치장한 아바타의 외모로 평가되는 메타버스 셀럽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아해할지 모른다. 하지만 메타버스 세대의 생각은 다르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그들에겐 부모가 누구인지, 어느 학교를 나왔고 어느 동네에 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 또는 타인이 현재 표현하는 모습 그대로에 열광하고 거기에 가치를 둔다.

메타버스 공간에는 학교·직장·놀이터 등 현실과 똑같은 모습의 가상공간이 존재한다. 그곳에서는 샤넬과 구찌 신발이 비싼 값에 팔려 나가고 물물 거래가 이뤄진다. 메타버스 공간이 생산적 가치가 창출되는 경제 블록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머지않은 시기에 그곳에서 가상의 국가가 탄생하고, 또한 그곳을 대표하는 리더가 등장하리라 예상하는 것은 결코 억측이 아니다. 가까운 미래에 메타버스 국가를 유엔에 가입시키는 문제를 놓고 현실 세계 대표들이 고민할지도 모른다. 메타버스 공간의 대통령이 현실의 대통령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는 그런 세상은 지금 믿기 힘들겠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메타버스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중요해지는 것이 있다. 메타버스와 현실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가치와 판단력이다. 다양한 매체를 이해하고 메시지의 가치를 평가·분별하는 능력인 ‘미디어 리터러시’와 게임이 가지는 의미를 해석하고 게임을 통해 현실 세계와 인간을 이해하는 능력을 일컫는 ‘게임 리터러시’는 이미 일상에서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았다. 메타버스의 물결이 하루가 다르게 거세지고 있다. 아직은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 ‘메타버스 리터러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는 의미다.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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