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암호화폐거래소와의 실명 인증 계좌 제휴 때 거래되는 암호화폐 개수가 많으면 불리하게 되는 방안을 추진한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은행과 제휴해야 올 9월 이후에도 영업할 수 있기 때문에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 이른바 ‘잡코인’을 대규모로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는 알트코인 거래액 비중이 90% 이상이라 잡코인 가격 급락에 따른 대규모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이 같은 내용의 암호화폐거래소 자금세탁방지위험평가방법론 지침을 마련해 시중은행에 전달했다. 은행은 이를 참고해 실명 확인 계좌를 발급하려는 암호화폐거래소뿐 아니라 이미 실명 확인 계좌를 발급한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평가를 진행한다.
업계에서는 지침 중 ‘거래소 취급 코인의 위험성 평가’ 항목을 주목하고 있다. 세부 항목으로 취급하는 암호화폐의 개수가 너무 많으면 거래소 평가에 불리하게 적용하는 내용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연합회 지침을 그대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며 아직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거래소 신고 수리와 관련해 깐깐한 심사를 예고해 은행들은 이 지침을 거래소와의 실명 인증 계좌 제휴 때 그대로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잡코인의 도미노 상장폐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업비트에서 취급하는 암호화폐는 178개, 빗썸은 177개, 코인원은 168개, 코빗은 35개로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프로(63개), 일본의 비트플라이어(5개)에 비해 훨씬 많다. 특히 국내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비트코인 외의 암호화폐에 투자한 사람이 많아 상장폐지가 잇따를 경우 대규모 손실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실제 업비트에서 9일 오후 2시 현재 과거 24시간 동안 거래된 암호화폐를 보면 비트코인의 비중은 4.3%인 반면 알트코인은 95.7%에 달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