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아현산업정보학교에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영상 콘텐츠 일을 꿈꾸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화 큐레이션 강의가 진행된 것이다. 강의는 영화 업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장다나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맡았다.
‘나도 영화 큐레이터’를 주제로 열린 이날 강의에서 장 프로그래머는 큐레이션이 무엇인가 하는 부분에 초점을 뒀다. 장 프로그래머는 큐레이션을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선별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전파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최근 큐레이션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는데 이는 우리가 정보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며 큐레이션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장 프로그래머는 8가지 종류의 잼과 80가지 종류의 잼을 두고 시식 후 선택하게 끔 한 실험에서 적은 종류의 잼이 놓여있는 시식대에서 더 많이 팔린 사례를 소개하며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오히려 선택의 고통에 괴로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수많은 선택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탐색해야하는 피로감과 잘못된 선택으로 손해를 보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편리함을 추구하지만 취향을 존중받고 싶어 하는 현대인에게 맞춤형 추천을 해주는 큐레이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프로그래머는 수십 개의 영화 포스터를 나열한 후 학생들과 영화 큐레이션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나열된 영화의 카테고리를 나눠 어떤 대상에게 어떤 주제로 큐레이션을 할 지를 결정하는 연습을 했다.
아현산업정보학교는 일반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특성화된 직업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로 이 날 강의에는 방송영상과 학생 30여명이 참석했다.
마포평생학습관 아현분관이 지역 청소년을 위해 마련한 장 프로그래머의 ‘나도 영화 큐레이터’ 강좌는 ‘고인돌2.0(고전·인문아카데미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고인돌2.0’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이 2013년부터 함께한 인문학 교육 사업이다. 성인 중심의 인문학 강좌로 시작한 ‘고인돌’은 지난해부터 명칭을 ‘고인돌2.0’으로 바꾸고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강연을 하고 있다. 역사와 건축, 경제, 과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56개 강좌로 구성된 올해 제9기 ‘고인돌2.0’은 특히 교과목과의 연계성을 높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원격 강의 등 비대면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강의를 마친 장 프로그래머는 “학생들이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고 적절한 대안을 고민할 수 있도록 하는데 수업의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해당 강좌는 ‘영화 큐레이터의 구체적인 역할’을 주제로 아현산업정보학교에서 5월 말까지 세 차례 더 이어질 예정이다.
주기녀 아현산업정보학교 교감은 “학생들이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유익한 자리가 됐다”며 “우리 학교의 특성과 연계된 인문학 프로그램을 자주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업에 참여한 아현산업정보학교 방송영상과 이혜민 양은 “영화포스터를 보면서 카테고리를 자유롭게 나눠보는 등 직접 큐레이션을 해보니 마치 큐레이터가 된 것 같아 재밌었다”고 말했다.
고인돌 2.0은 올 11월까지 8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청소년들의 인문학의 사고를 높이기 위한 강연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 이효정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원 hj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