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9년 이전에 소형모듈원전(SMR)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SMR은 미국 안보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기술로 분류됩니다.”
알레시아 덩컨 미국 에너지부(DOC) 부차관보는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1 한국원자력 연차대회’에 화상으로 참여해 SMR이 △높은 수용성 △탄소 배출 제로 △다양한 발전원으로 활용 가능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의 장점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덩컨 부차관보는 “SMR은 특성상 온실가스 배출이 없으며 높은 전력 안정성 때문에 전력 계통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며 “모듈형이기 때문에 건설 시 비용이 적게 들고 건설 기간이 짧은 것도 장점”이라고 밝혔다.
덩컨 부차관보가 미국 에너지 안보의 중요 기술로 지목한 SMR은 300㎿ 이하의 소형 원전으로 조립이나 설치가 간편해 ‘차세대 원전’으로도 불린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가 SMR 개발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 또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우리 정부는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지속돼온 탈원전 정책 기조 때문에 SMR 개발에 소극적이라 관련 경쟁에서 낙오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된다.
11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2021 한국원자력 연차대회 첫날 가장 많이 언급된 원자력 핵심 기술은 SMR이었다. 실제 이날 행사 발표자로 나선 대니얼 브레이디 캐나다 천연자원부(NRCan) 부국장을 비롯해 도모코 무라카미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소 연구주간, 조지 보로바스 세계원자력협회(WNA) 이사,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시스템연구소장, 구정회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주기환경연구소장 등 대부분 발표자가 탄소 중립 등을 위해 SMR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브레이디 부국장은 이날 캐나다의 탄소 중립 추진 계획에 SMR이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관련 로드맵을 공개했다. 그는 “전 세계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추진하는 만큼 청정 에너지인 원자력발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며 “앞서 공개한 ‘2018 SMR 로드맵’ 외에 ‘2020 SMR 실행 계획’을 기반으로 100개 이상의 세계적 기관들이 캐나다의 원자력발전 개발에 파트너로 참여 중”이라고 밝혔다.
SMR 등 신원전 기술 관련 투자 및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보로바스 이사는 “SMR의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갖춰지지 않은 데다 표준화된 발전소가 없는 만큼 수출 리스크를 덜기 위해 정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연구진 및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지난 연말 청와대가 발표한 ‘2050 탄소 중립 추진 전략’ 달성을 위해서라도 SMR 신규 건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 소장은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대형 원전 탄력 운전 외에도 SMR 신규 건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업계 대표로 참석한 강홍규 두산중공업 원자력영업팀 부장은 “SMR은 전력 생산뿐 아니라 바닷물 담수화, 수소 생산, 난방 등 다양한 곳에 사용 가능하다”며 “SMR과 관련한 다양한 신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는 만큼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제품 경쟁력 또한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SMR 시장은 2035년까지 총 65~85GW 규모의 글로벌 시장이 형성될 예정이다. 임 소장은 우리나라가 개발 중인 중소형 원자로 ‘SMART’와 ‘혁신소형모듈원자로(i-SMR)’에 대해 소개하며 “재정 조달 문제와 정부 지원 및 산학 연계 등을 통한 기술 혁신 달성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밝혔다. 실제 SMR 후발 주자로 분류되는 우리나라 또한 지난달 ‘혁신형 SMR 국회 포럼’이 출범하는 등 정치권과 산업계를 중심으로 SMR 개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반면 에너지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4년 넘게 ‘탈원전 기조’가 이어져온 만큼 에너지 업계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SMR 개발 지원에 아직 소극적인 입장이다. 원자력 학계와 업계는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독자 기술로 개발한 SMR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상용화도 되기 전에 사장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보로바스 이사는 “한국 원전의 수출 경쟁력이 높지만 국내(한국)에서는 사용하지 않지만 (해외에) 판매하겠다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