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사하구에서 3,521가구 규모로 재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괴정5구역은 최근 시공사(포스코건설·롯데건설)와의 협상을 통해 후분양을 사실상 확정했다. 조합 측이 ‘시공사 교체’를 무기로 압박한 결과다. 동래구에서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명륜2구역 또한 일찌감치 후분양으로 가닥을 잡고 시공사 선정 작업에 나선 상태다. 올해 부산 분양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동래구 온천4구역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다. 이 이면에는 복불복 분양가 통제가 한몫을 하고 있다.
후분양을 선택하는 단지가 서울 등 수도권으로 넘어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부산이다. HUG가 제시하는 분양가와 시장가격의 괴리가 크다 보니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불만 때문이다.
후분양은 전체 공사 중 3분의 2가량을 진행한 상태에서 분양하는 방식이다. 완성을 앞둔 단계에서 실제 아파트를 보고 계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건설사들로서는 계약금·중도금을 먼저 받을 수 없게 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최근 후분양을 결정했거나 검토하는 조합들의 경우 HUG의 분양가 통제로 ‘제대로 된 분양가를 받지 못한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향후 일반 분양가를 인근 시세 수준으로 크게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문제다.
이 같은 상황이 나타난 가장 큰 이유는 HUG의 분양가 산정 기준에 대한 불만이다.
HUG는 지난 2월부터 고분양가 심사 기준을 개정해 시장가격 등을 반영한 분양가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근 지역 매매가격을 상한 규정으로 적용하면서 구축이 몰린 지역에서는 오히려 분양가가 더 낮아지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신축이 몰린 지역에서는 분양가가 높아지는 등 지역에 따라 분양가가 들쭉날쭉하다 보니 시장의 불신이 오히려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후분양을 검토 중인 온천4구역의 경우 인근 신축 시세가 3.3㎡당 3,000만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HUG가 제시한 3.3㎡당 1,628만 원의 분양가는 지나치게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륜2구역 또한 HUG 협상을 통해서는 조합에서 원하는 분양가를 받기 어렵다고 보고 일찌감치 후분양 방식 추진에 나섰다.
조합 관계자는 “단지 고급화를 위해서는 후분양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조합은 후분양을 수용하는 건설사에 한해 입찰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관리처분인가를 앞두고 후분양을 확정 지은 괴정5구역 관계자는 “후분양으로 분양 수익을 1,000억~2,000억 원 더 벌어들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후분양이 이어질수록 분양가가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HUG의 바뀐 심사 기준이 시장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일방적 기조를 정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며 “시장가격을 반영할 때 감정가격에 건축비를 더해 계산하는 등 탄력적 적용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